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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수의 백코트 … 미국서 뛰다 한국 코트 흔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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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다음 달 3일 2018~19시즌 여자프로농구가 개막한다. KB스타즈는 대형 센터 박지수를 앞세워 우승에 도전한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코트 위에서 포즈를 취한 박지수. [천안=김성태 프리랜서]

다음 달 3일 2018~19시즌 여자프로농구가 개막한다. KB스타즈는 대형 센터 박지수를 앞세워 우승에 도전한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코트 위에서 포즈를 취한 박지수. [천안=김성태 프리랜서]

최근 여자 프로농구의 판도를 한마디로 말한다면 아산 우리은행 ‘천하’다. 지난 시즌까지 통합우승 6연패를 달성했다. 그래서 우리은행은 스페인 프로축구의 강호 FC바르셀로나의 이름에 빗대 ‘우리셀로나’로 불린다.

여자프로농구 내달 3일 개막 #1m96㎝ 프로 3년차 … 기량 만개 #KB, 박지수 앞세워 정상 도전 #우리은행은 7연속 우승 노려

그러나 올 시즌엔 이 판도가 깨질지도 모른다. 다음 달 3일 개막하는 2018~19시즌 여자 프로농구의 우승 후보로는 아산 우리은행과 함께 청주 KB스타즈가 꼽힌다. 지난 29일 미디어데이에서 6팀 중 5팀 감독은 KB를 우승 후보로 꼽았다. 그 이유는 “KB스타즈의 거물 센터 박지수가 3년 차를 맞아 기량이 만개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여자 프로농구는 올 시즌부터 외국인 선수 보유 숫자가 팀당 2명에서 1명으로 줄었다. 또 2쿼터에는 외국인 선수의 출전을 제한한다. 키 1m96㎝ 센터 박지수의 위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박혜진·김정은·임영희 국가대표 3인방을 보유한 우리은행은 고스톱으로 치면 광 3개를 들고 친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지수는 포커로 치면 조커인 셈이다. [천안=김성태 프리랜서]

박혜진·김정은·임영희 국가대표 3인방을 보유한 우리은행은 고스톱으로 치면 광 3개를 들고 친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지수는 포커로 치면 조커인 셈이다. [천안=김성태 프리랜서]

30일 KB금융그룹 천안연수원에서 박지수를 만나 시즌 개막을 앞둔 각오를 들어봤다. 프로 3년 차를 맞는 박지수는 “미디어데이 때 우승 후보팀을 소개하는데 카메라에 자꾸 내 모습이 잡혀 부담스러웠다”며 “우리 팀이 유리하다고 하지만, 다른 팀이 더 잘할 수도 있다. 6연패를 거둔 우리은행은 대표팀 언니만 4명이다. 도전자 입장에서 차분히 경기를 펼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박지수는 “지난 시즌 챔피언 결정전에서 3경기 연속 패배로 탈락한 뒤 허탈감이 들었다. 여자농구 6개 팀 중 우리 팀만 우승을 못 해봤는데 올 시즌엔 꼭 우승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박지수는 지난 4월부터 8월까지 미국 여자 프로농구(WNBA) 라스베이거스 에이시스에서 한 시즌을 보냈다. 박지수는 “국내에서는 외국인 선수 1~2명을 상대하면 됐는데, 미국에서는 코트에 있는 9명 모두 외국인 선수였다. 다들 키도 크고, 너무 잘해서 ‘멘붕(멘털 붕괴)’이 올 지경이었다. 세계적인 선수들의 플레이를 따라하면서 배우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박지수는 지난해 2월 WKBL에서 국내 선수로는 최초로 30(점)-20(리바운드)을 달성했다. KB에서 박지수가 받는 연봉은 2억 원. 그는 시즌이 쉬는 기간을 틈타 급여가 적은 WNBA에 도전했다. 그러나 미국 무대는 만만찮았다. WNBA에서 그는 32경기에 출전해 평균 13분을 뛰면서 2.8점, 3.3리바운드, 0.6블록슛을 기록했다. 일부 팬들은 미국에서 박지수의 성적이 좋지 않다면 악플을 달기도 했다.

남자농구 하승진이 NBA 포틀랜드 뛰던 시절 기사 제목이었던 폭풍 2어시스트에 빗대 일부 팬들은 박지수의 미국무대 스탯을 낮게 평가했다. 하지만 KB에서 연봉 2억원을 받는 박지수는 휴식기를 반납하고 낮은 급여를 받는 WNBA에서 도전을 택했다. [천안=김성태 프리랜서]

남자농구 하승진이 NBA 포틀랜드 뛰던 시절 기사 제목이었던 폭풍 2어시스트에 빗대 일부 팬들은 박지수의 미국무대 스탯을 낮게 평가했다. 하지만 KB에서 연봉 2억원을 받는 박지수는 휴식기를 반납하고 낮은 급여를 받는 WNBA에서 도전을 택했다. [천안=김성태 프리랜서]

박지수는 “나도 잘하고 싶었는데 댓글을 보고 우울해졌다”며 “WKBL은 매해 캠프가 끝나면 한팀 15~16명 중 12명만 살아남는다. 포기하지 않고 내년에도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미국에선 라스베이거스의 레지던스에서 지냈는데 만 19세라 카지노 근처에도 갈 수 없었다”며 “그래도 한국에서는 (키가 커서) 맞는 옷을 구하기 어려웠는데 미국에선 예쁜 옷을 쉽게 찾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농구 여자 단일팀 준결승이 8월 30일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 농구장에서 열렸다. 단일팀이 대만을 누르고 결승에 올라 은메달을 확보했다. 경기를 마친 뒤 박지수와 로숙영이 환하게 웃고 있다. 자카르타=김성룡 기자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농구 여자 단일팀 준결승이 8월 30일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 농구장에서 열렸다. 단일팀이 대만을 누르고 결승에 올라 은메달을 확보했다. 경기를 마친 뒤 박지수와 로숙영이 환하게 웃고 있다. 자카르타=김성룡 기자

박지수는 지난 8월에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도 출전했다. 한 해 70경기 이상을 소화하며 혹사 논란에 휩싸였다. 박지수는 “난 늘 태극마크에 대한 자부심을 느낀다. 힘들었지만 아시안게임에 다녀오길 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지수는 아시안게임 당시 남북단일팀의 일원으로 출전했다. 북한 로숙영과 함께 트윈타워를 구축해 은메달을 땄다. 박지수는 “득점력이 타고난 숙영 언니는 당장 국내 여자 프로농구에서도 통할 것 같다. 숙영 언니가 헤어질 때 내 유니폼에 ‘아시아를 넘어 세계 중심의 선수가 되길’이라는 문구를 적어줬다”고 털어놨다.

현대모비스 이종현은 아킬레스건 부상을 딛고 성공적으로 복귀했다. 박지수는 평소 이종현이 골밑에서 공을 한번에 잡아 슛하는걸 배우려한다. 박지수의 이상형은 이종현이 아니라 방탄소년단 지민과 정국이다. [KBL]

현대모비스 이종현은 아킬레스건 부상을 딛고 성공적으로 복귀했다. 박지수는 평소 이종현이 골밑에서 공을 한번에 잡아 슛하는걸 배우려한다. 박지수의 이상형은 이종현이 아니라 방탄소년단 지민과 정국이다. [KBL]

농구 선수 출신 박상관(49)과 배구 선수 출신 이수경(50)씨 사이에서 태어난 박지수는 ‘한국 여자농구의 보물’로 불린다. 그래서 농구계에선 “남자 프로농구 현대모비스의 장신 센터 이종현(25·2m3㎝)과 박지수가 결혼한다면 농구 DNA를 타고난 역대급 선수가 태어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박지수는 “종현 오빠의 의견이 중요하지 않을까요?”라며 깔깔 웃었다. 그는 또 “어린 시절부터 종현 오빠와 동반 인터뷰를 많이 해봐서 친한 사이다. 종현 오빠가 아킬레스건 부상에서 돌아왔는데 요즘 수비하는 모습을 보면 아팠던 사람이 맞나 싶다”며 “그래도 난 방탄소년단의 지민과 정국을 좋아한다”고 밝혔다.

박지수는 1967년 체코 세계선수권 준우승의 주역 박신자(77·1m76㎝), 1984년 LA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박찬숙(59·1m88㎝), 2000년 시드니 올림픽 4위를 이끈 정은순(47·1m85㎝)에 이어 한국 여자농구 대형 센터의 계보를 이을 선수로 평가받는다. 박지수는 “요즘 옆 동네 여자배구의 인기가 대단하다고 들었다. 여자농구의 인기 회복을 위해서라면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았던 덩크슛 도전도 생각해봐야할까봐요”라며 생글생글 웃었다.

한국 여자농구의 ‘보물’ 박지수

출생: 1998년12월6일
포지션: 센터
: 1m96㎝
가족: 아버지 박상관(전 농구선수),
어머니 이수경(전 배구선수),
오빠 박준혁(배구선수)
소속팀: KB(2016~), WNBA 라스베이거스
에이시스(2018~, 국내리그와 병행)
주요경력: WKBL 2017~18시즌 준우승,
2018 아시안게임 은메달

천안=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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