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익이라 해서 덥썩 물었다가는 … 해외투자 '후회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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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S중소기업의 한모(39) 사장은 미국 주택에 투자할 요량으로 며칠 전 은행의 프라이빗뱅킹(PB) 센터를 찾았다. 최근 100만달러 이내의 해외 부동산 투자가 자유화됐다는 소식을 들은 직후였다. 그러나 그는 "현지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것 같고, 현장조사는 필수인데다, 잘못하면 몇억원씩 덤터기도 쓸 수 있다"는 직원의 경고를 듣고는 겁에 질려 발길을 되돌렸다. 한 사장은 "주변에선 쉽게 돈을 벌 것처럼 얘기하는데 걸림돌 투성이인 줄은 미처 몰랐다"고 말했다.

회사원 김모(37)과장은 요즘 인도 얘기만 나오면 속이 쓰리다. 펀드에 손도 대지 않던 그는 올 초 '큰 수익률을 올렸다'며 자랑하는 친지의 권유로 인도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에 돈을 넣었다. 그러나 최근 뭄바이 증시가 급락하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그는 "마침 국내 증시가 주춤거려 해외 펀드가 대안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발등을 찍혔다"고 말했다.

해외 부동산과 펀드에 대한 '묻지마 투자'에 경고등이 커졌다. 수익률이 높다는 말에 솔깃해 제대로 된 투자정보와 위험분산 전략도 없이 무턱대고 달려들었다가 손해보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고수익은 어디까지나 과거에 그랬다는 것이지 미래 수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29일 금융계에 따르면 최근 각 은행의 PB 창구엔 미국.캐나다.뉴질랜드의 주택을 구입하려는 고객들의 상담 전화가 잇따르고 있다. 외환은행 해외고객센터 관계자는 "정부가 규제를 푼 뒤 상담 건수가 30% 이상 늘었다"며 "일부 고객들은 특정 지역의 부동산을 찍은 뒤 다짜고짜로 사겠다고 문의해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증권의 김재언 부동산 컨설턴트는 "일본을 빼고는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고, 금리인상 추세와 맞물려 부동산 값이 10년 호황을 끝낼 것이란 분석이 많다"며 "해외 부동산 구입도 신중을 기하는 게 좋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무엇보다 에이전트(중개인)를 잘못 만나면 큰 손해를 보기 쉽다"며 "미국에서 10억원짜리를 15억원에 속여서 파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해외 펀드도 브라질.중국.인도 등 신흥시장 증시가 최근 조정을 받으면서 비상이 걸렸다. 인도 증시는 지난 주 장중 한 때 10% 넘게 폭락하면서 1만 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일부 인도 펀드는 올 들어 올린 수익을 단 며칠 만에 까먹기도 했다. 특히 올 초 국내 증시가 조정을 받을 때 해외 펀드로 눈을 돌린 투자자들의 손실이 크다.

미래에셋증권의 이재호 자산운용컨설팅본부장은 "아무래도 개인들은 현지 기업정보에 어두울 수밖에 없으므로 투자 전에 펀드가 탄탄한 '리서치(기업분석)'능력을 갖췄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며 "분위기에 휩쓸려 덩달아 투자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말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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