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3년 뒤 총리 그만둔다 …“당 대표 18년 만에 사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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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29일(현지시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겸 기독민주당(CDU) 대표(왼쪽)가 폴커 보우피어 헤센 주 총리에게 꽃다발을 건네고 있다. [AP=연합뉴스]

29일(현지시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겸 기독민주당(CDU) 대표(왼쪽)가 폴커 보우피어 헤센 주 총리에게 꽃다발을 건네고 있다. [AP=연합뉴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64)가 18년 만에 기독민주당(CDU) 대표직에서 물러난다.

12월 당 대표선거 불출마 선언 #지방선거서 잇단 패배 뒤 결단 #AFP “이번 총리 임기가 마지막” #EU 이끄는 리더십 약화 예상

29일(현지시간) DPA통신은 “메르켈 총리가 기민당 총회를 앞두고 총리직은 유지하되 당 대표직은 사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슈피겔 온라인 역시 기민당 관계자를 인용해 “메르켈 총리가 기민당 지도부에 ‘오는 12월 초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직에 재출마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메르켈 총리는 2000년 4월부터 기민당 대표를 맡았다.

메르켈 총리의 결정은 최근 잇따른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진 것으로 보인다. 하루 전인 지난 28일 기민당은 헤센 주 선거에서 28% 득표에 그쳤는데, 이는 직전 선거에 비해 11%포인트 이상 떨어진 득표율이다. 앞서 2주 전 열린 바이에른 주 선거에서도 기민당 자매정당인 기독사회당(CSU)은 이전 선거에 비해 10%포인트 떨어진 저조한 득표율로 과반 의석 달성에 실패한 바 있다. 이후 대연정의 한 축인 사회민주당(SPD)은 메르켈 총리를 향해 “정치 쇄신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공개 요구하기도 했다.

메르켈 총리의 대연정이 지지를 잃은 주 요인은 난민 정책에 대한 불협화음이었다. 우호적인 난민 정책을 펼쳤던 메르켈 총리는 기사당 대표인 호르스트 제호퍼 내무장관과 팽팽히 맞서 왔다. 특히 지난 7월엔 다른 유럽연합(EU) 회원국에 망명을 신청한 난민들을 임시 수용하는 ‘난민환승센터’를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국경 인근에 세우는 방안과 관련해 제호퍼 장관이 ‘당 대표직 및 장관직 사퇴’라는 초강수 카드까지 꺼내며 메르켈 총리를 압박하기도 했다. 당시 FT는 “난민정책을 둘러싼 이견 때문에 기민당과 자매당(기사당)의 약 70년간 동맹관계는 한때 무너질 위기에 놓였다”고 보도했다.

당 대표에서 물러나더라도 메르켈은 총리직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AFP통신은 “메르켈 총리가 임기가 끝나는 2021년께 총리직에서 물러날 것”이라며 “그가 최근 당 지도자들에게 ‘이번 임기가 마지막이 될 것’이라는 뜻을 전했다”고 언급했다.

다만 총리로서의 입지는 자연스럽게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아일랜드 언론 RTE는 “메르켈 총리가 EU를 이끄는 능력이 상당히 제한될 것”이라며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 이탈리아 재정 위기, 유럽권 포퓰리스트 정당 득세 등 여러 현안 대응에서 동력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2005년 총리직에 오른 메르켈 총리는 지난해 9월 총선 승리로 네 번째 총리직을 맡았다. 기민당 내부에선 ‘포스트 메르켈’을 두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민당 새 대표 후보군으로는 안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우어 기민당 사무총장, 옌스 슈판 보건부 장관, 아르민 라쉐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총리 등이 거론된다. RTE는 “메르켈은 크람프-카렌바우어 사무총장이 후임 당 대표를 맡길 희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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