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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 뚫고 온 트럼프 지지 9000명 “폭탄소포, 민주당 자작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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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소포폭탄 테러 용의자가 체포된 날인 2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 유세에 최근 들어 최대 인파인 9000명이 모였다.[이광조 JTBC 카메라 기자]

소포폭탄 테러 용의자가 체포된 날인 2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 유세에 최근 들어 최대 인파인 9000명이 모였다.[이광조 JTBC 카메라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간선거 지원 유세에 나선 지난 26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보쟁글스 콜로시엄. 장대비가 쏟아지며 기온까지 10도 아래로 떨어졌지만 이곳엔 유세 6시간 전인 오후 1시부터 지지자 9000여 명이 모여들었다.

분노 넘친 미 중간선거 유세장 #트럼프 좋아하는 이유는 “경제” #폭탄사건에 위기감 커지자 결집 #용의자는 트럼프 열혈지지자 #트럼프 “언론이 사건 악용한다” #유세장선 언론 보도도 믿지 않아

트럼프 대통령이 유세하기 6시간 전인 오후 1시 보쟁글스 콜로세움 건물 주위로 지지자 수천명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이광조 JTBC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유세하기 6시간 전인 오후 1시 보쟁글스 콜로세움 건물 주위로 지지자 수천명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이광조 JTBC 기자]

최근 유세로 보면 최대 인파다. 반(反)트럼프 진영 인사들에게 소포 폭탄이 배달된 사건으로 공화당 내 위기감이 확산되자 오히려 트럼프 열성 지지자들이 결집했다.

"도널드 트럼프를 절대적으로 사랑한다"는 브라운 부부는 인터뷰 도중 지지 문구가 씌어진 티셔츠를 보여줬다.[이광조 JTBC 카메라 기자]

"도널드 트럼프를 절대적으로 사랑한다"는 브라운 부부는 인터뷰 도중 지지 문구가 씌어진 티셔츠를 보여줬다.[이광조 JTBC 카메라 기자]

빗속에서 3시간을 넘게 기다렸다는 데이비드와 비키 브라운 부부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멀린에서 4시간을 운전해 왔다고 했다. 부부는 “우린 트럼프를 절대적으로 사랑한다. 그가 주창하는 모든 것을 지지한다. 사회주의에 반대하고, 자유시장과 미국의 기업을 좋아한다. 그는 억만 달러 회사를 일군 기업인인데 우리 문제들을 왜 해결할 수 없겠느냐. 나는 트럼프에게 (재선을 포함해) 6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게 걱정되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하원에서 다수당을 차지할 것 같다고 하자 남편 데이비드는 “의회가 교착 상태에 빠지면 대통령은 앞으로 수년 동안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우리가 투표해서 압도적으로 승리해야 한다”고 했다.

리처드 맥밀런 부부가 "미국 상품을 사고, 미국인을 고용하자"는 팻말을 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건 구호다.[이광조 JTBC 카메라 기자]

리처드 맥밀런 부부가 "미국 상품을 사고, 미국인을 고용하자"는 팻말을 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건 구호다.[이광조 JTBC 카메라 기자]

주류 언론의 끊임없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지지자들에게 건재하다. 이들이 트럼프를 좋아하는 이유는 브라운 부부처럼 ‘튼튼한 경제(strong economy)’가 1번이었다. 샬럿에서 토목사업을 30년간 했다는 리처드 맥밀런은 “감세와 규제 철폐로 노스캐롤라이나 전체에서 새로운 민간 투자와 건축붐이 일어난 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의 거친 말 습관을 좋아하지 않지만 적어도 그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는 약속을 실천하는 사업가다. 남부에선 남부 사투리, 북부에선 북부 사투리를 하고 소수인종에겐 뭐든 해줄 것처럼 말만 해온 기성 민주당 정치인과는 다르기 때문에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게 그의 지지 이유였다.

존 브래포드 노스캐롤라이나 주하원의원이 유세에서 아들 잭과 셀피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에 올렸다.

존 브래포드 노스캐롤라이나 주하원의원이 유세에서 아들 잭과 셀피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에 올렸다.

존 브래드포드 노스캐롤라이나 주하원의원은 “트럼프는 일자리와 좋은 경제정책을 대변한다”며 “감세를 통해 열심히 일하는 사람의 호주머니에 돈을 돌려줘 기회를 보장하고, 민간이 정부 대신 돈을 쓰는 데 최선의 결정을 할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산증인이 되고 싶다"며 미시간주에서 16시간 운전을 해서 온 드루스터 펜웨이[이광조 JTBC 카메라 기자]

"트럼프를 지지하는 산증인이 되고 싶다"며 미시간주에서 16시간 운전을 해서 온 드루스터 펜웨이[이광조 JTBC 카메라 기자]

정치에 관심이 없었다는 20대 드루스터 펜웨이는 인터뷰를 자청해 “미시간주에서 16시간을 운전해서 왔다”고 자랑했다. “내가 여기까지 달려온 건 우리 대통령 트럼프와 사랑하는 제임스 브라운(미국 솔 음악의 대부)을 지지하는 산증인이 되고, 래퍼 카니예 웨스트 같은 자유로운 사상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이 되길 바라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트럼프가 2020년 재선에 당선되는 한 나는 행복할 것”이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6일 유세가 끝난 뒤 청중을 향해 손짓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6일 유세가 끝난 뒤 청중을 향해 손짓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샬럿을 찾은 건 올해만 세 번째다. 3월 빌리 그레이엄 목사 장례식에 참석한 뒤 8월 31일 중간선거 정치자금 모금 행사를 연 지 두 달이 안 됐다. 지난 대선에선 4%포인트가량 손쉽게 승리했던 노스캐롤라이나, 특히 샬럿이 하원선거 최대 격전지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공화당이 현역 의원인 9, 13지역구에서 민주당 도전자에게 고전하고 있어서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트럼프 대통령은 두 지역구 공화당 후보를 연단에 세워 “이들을 빨리 워싱턴으로 보내달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유세 몇 시간 전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등에게 소포 폭탄을 보낸 용의자가 트럼프의 열렬 지지자이자 공화당원이라는 소식이 알려졌다. 그런데 유세장에 모인 이들은 이 같은 보도 자체에 반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70분 유세에서 폭탄 테러의 피해자와 민주당 그리고 언론을 지목할 때마다 청중들의 ‘부’라는 야유가 40차례 쏟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는 평화, 사랑, 화합 속에 하나의 국가로 통합돼야 한다. 미디어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할 땐 9000명이 일어서 연단 맞은편 기자석을 향해 “CNN은 형편없다”고 대여섯 번 연속해 외쳤다. 체육관 전체가 메아리칠 정도였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CNN에 대한 반감을 집단적으로 드러냈다.

트럼프도 언론ㆍ민주당을 공개 비난했다. “언론의 끊임없는 불공정 보도와 깊은 적대, 부정적인 공격이 사람들을 분열시키고 있다. 최근 몇 시간 언론은 나와 공화당을 상대로 정치적으로 득점을 하려고 한 개인(소포 폭탄 테러 용의자)의 악행을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지난해 버니 샌더스(무소속 상원의원) 지지자가 스티브 스컬리스 공화당 원내총무에게 총상을 입혔을 때 정치적으로 활용하지 않았고, 과격 좌파들이 공공 기물을 파손하고 폭력을 행사할 때 민주당을 비난하지 않았다”고 했다. 또 과거 2006년 국경장벽 법안 상원 표결에서 “척 슈머와 ‘사기꾼 힐러리’도 찬성했다”고 하자 “그녀를 구속하라”가 울려 퍼졌다.

샬럿에 거주하는 도나는 "이번 소포폭탄 사건은 민주당이 벌인 자작극"이라고 주장했다.[이광조 JTBC 촬영기자]

샬럿에 거주하는 도나는 "이번 소포폭탄 사건은 민주당이 벌인 자작극"이라고 주장했다.[이광조 JTBC 촬영기자]

샬럿에 거주하는 도나라고 자신을 밝힌 여성은 기자에게 “나는 소포 폭탄 사건은 민주당이 벌인 자작극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이틀간 소포 폭탄 사건으로 벌어진 일들을 보면 민주당이 권력을 잡기 위해 미쳐가고 있고, 히스테리를 부리고 있다고 느낀다”라고도 말했다. 기자 옆자리에 앉았던 맥밀런은 “빌 클린턴 대통령 때는 공화당이 양원을 장악했지만, 주요 사안은 초당적으로 협력했는데 지금 양당의 분열은 가장 심한 것 같다”며 민주당에 의회 갈등의 책임을 돌렸다.

그러나 정적과 언론을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트럼프 스타일’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도 많다. 데이비드 루블린 아메리칸대 교수는 “소포 폭탄 등을 둘러싼 상황은 대통령이 통합의 역할을 포기할 때 나타나는 일을 극적으로 보여준다”며 “이런 사건에도 트럼프는 개인적 입지가 영향을 받을지에만 몰두한다”고 지적했다.
샬럿=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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