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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MBC 다큐멘터리『빨치산 정순덕』|인물발굴로 비극의 현대사 조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지난해 연말부터 서부경남일대에서는 파란만장한 한 여인의 생존사실을 놓고 적지 않은 파문이 일고 있다.
울던 아이도 이름만 들으면 울음을 그쳤다는 전설적인 빨치산 정순덕. 그녀는 지리산여장군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만13년간 지리산일대를 누볐던 최후의 빨치산이다. 이병주씨의 소실『지리산』에서 그녀는 54년 9월에 체포돼 대구형무소에서 교수형을 당한 것으로 돼있다.
그러나 정순덕은 지난해 12월29일 밤 진주MBC의 다큐멘터리 『빨치산 정순덕』에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오른쪽 다리에 의족을 한 불구의 몸이지만 그녀는 비교적 건강한 모습으로 한국 현대사 속의 비극적 현장인 지리산일대를 직접 돌아다니며 당시의 상황을 생생하게 증언했다.
진주MBC의 강석송 TV편성부장(46)과 박상범PD(33)가 그녀가 충청도의 한 보육원에 있다는 소식을 접한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12월14일 그녀를 처음 만날 수 있었고 12월17일부터 제작에 들어가 29일 저녁7시10분에 50분물로 내보낼 수 있었다.
『정순덕의 인간적인 고뇌에 초점을 맞췄지만 당시 피해를 입었던 많은 사람들로부터 항의전화가 빗발쳤습니다. 한편에서는 친지들로부터도 외면 당하고 떠돌아다니는 그녀를 자기 아버지와 결혼을 시키겠다는 편지가 오는 등 동정적인 반응도 많았습니다.』
지방방송사로서 지역의 역사에서 지워버릴 수 없는 중요한 인물을 발굴해 이를 다큐멘터리로 제작, 방영한 것은 여러가지 면에서 의미있는 일이었다.
결과적으로 「특종보도」된 이 다큐멘터리는 해당지역뿐 아니라 전국의 매스컴에 대단한 뉴스거리를 제공했고 베일에 싸였던 빨치산의 연구에도 중요한 자료를 제공했다.
진주MBC의 제작진들은 어렵게 발굴해 방영한 역사적 다큐멘터리가 서울 본사에서는 「단신」거리로밖에 인정받지 못해 아예 취급하지 말것을 요청, 방영되지 못한 것을 지금도 가슴아파하고 있다.
그러나 정순덕의 발굴소개라는 값진 성과는 지역방송의 제자리 찾기에 큰 디딤돌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이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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