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서울시는 고용세습 의혹에 ‘면죄부’ 아닌 사과부터 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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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서울시가 어제 서울교통공사의 ‘고용세습’ 비리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면서 도리어 야당에 책임을 돌렸다. 국회의원의 국정감사 행위를 정치 공세로 단정하고 법적 책임까지 묻겠다고 밝혀 물의를 빚고 있다. 적반하장이 따로 없다.

서울교통공사는 올 초 무기계약직 1285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기존 직원의 아들·딸·며느리·배우자 등 친인척 108명(11.2%)이 포함된 사실이 드러나 채용비리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최근 실시된 국회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의혹의 대부분이 명확한 실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아직 제기된 의혹이 제대로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인 결백 주장이나 다름없다.

그러면서 서울시는 정규직으로 전환된 직원과 가족관계가 있다는 것 자체를 부정 채용이나 비위인 것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강변했다. 교통공사 인사처장이 식당 직원이던 부인을 정규직으로 채용한 사례 등이 이미 드러났는데도 무책임한 태도다. 서울시의 반박 기자회견도 ‘셀프 면죄부 주기’나 다름없어 보인다.

교통공사를 감독해야 할 상급 기관인 서울시는 이번 사태가 터진 데 대해 1000만 시민과 수많은 취준생 앞에서 사과부터 하는 것이 순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이 ‘일자리 빼앗기’가 아닌 ‘일자리 더하기 정책’이라고 억지를 부려선 안 된다. 지금은 아집을 부릴 때가 아니라 기존 정책의 문제점을 점검하고 바로잡을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