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분기 5.3% 성장 … 2003년 이후 최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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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올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연간 비율로 환산해 5.3%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 정부 예상치인 4.8%를 웃돈데다 2003년 3분기 이후 10분기 만의 최고치다.

미 상무부는 26일 올 들어 소비가 살아나고 기업 투자가 증가하고 있는 데 힘입어 예상보다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영향으로 1.7%에 그쳤다. 앨런 허버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의장은 "아주 만족스러운 수준"이라며 "올해 전체적으로 3.0~3.5%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물가의 경우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계속 억제할 수 있으므로 안정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소비.투자 모두 호조=올 1분기의 높은 성장률은 소비 활성화와 기업 투자 확대가 이끌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 기간 중 소비 지출은 전 분기에 비해 5.2% 증가했으며, 기업 투자도 13.1%나 늘었다.

또 수출 증가세도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 미 정부가 예상했던 1분기 수출 증가율은 12.7%였으나 실제로는 14.7%로 집계됐다. 반면 13%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던 수입 증가율은 12.8%에 머물렀다.

이날 벤 버냉키 FRB 의장은 의회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FRB가 인플레 억제를 위한 정책을 효과적으로 펼치고 있어 경제에 주름을 줄 정도의 물가 상승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성장률이 예상보다 높게 나왔지만 일부에서 우려하는 것과 달리 인플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통신이 최근 미국의 경제 전문가 8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2분기 성장률은 3.5%로 낮아지고 하반기에는 3.0%선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 세계 경제엔 어떤 영향=이날 뉴욕 증시는 장중 내내 오름세를 지켰다. 다우지수는 93.73포인트(0.84%) 오른 1만1211.05를 기록했다. 영국.독일.프랑스 등의 유럽 주요국 증시도 미국 경제지표에 고무돼 2% 안팎의 상승세를 보였다. 한국 등 아시아 증시도 동반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올 1분기 성장률 지표는 미국이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인플레를 억제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는 표시"라며 "지난주 발표된 4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에 따른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아진 게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리먼브러더스홀딩스의 존 신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가 현재의 기조를 유지한다면 세계 경제에 충격을 주지 않고 연착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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