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범죄 간주' 하원과 절충점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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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원은 수개월간의 격론 끝에 정.재계 및 노조와 히스패닉.한국계 등 이민자집단의 이해관계를 절충, 이 법안을 마련했다. 이 법안이 법으로 최종 확정되려면 상충되는 내용의 법안을 이미 통과시킨 하원과 최종 절충안을 만들어 대통령의 서명을 받아야 한다.

◆ 기존 불법체류자에겐 합법체류 길 열어줘=이번 법안은 지난 20년을 통틀어 가장 진보적인 이민법안으로 평가받는다. 핵심은 미국에 장기간 불법 체류한 노동자들에겐 합법적인 취업.체류 기회를 주는 한편 불법이민자의 추가 유입은 강력히 막는다는 것이다. 이 법안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제안한 초청노동자(guest worker) 프로그램을 수용해 매년 외국인 20만 명을 초청노동자로, 150만 명을 임시농업노동자(temporary agricultural worker)로 각각 받아들이도록 했다. 이들에겐 모두 영주권 신청 기회가 주어진다.

이미 불법 체류 중인 사람도 체류기간이 5년 이상이면 벌금 3250달러와 미납 세금을 내고 영어를 배우는 조건 아래 취업이 가능하도록 했다.

체류기간이 2년 이상 5년 미만이면 불법으로 국경을 넘은 지역에서 재입국 절차를 밟고, 벌금.세금 납부와 영어학습 조건 아래 합법적 체류 기회를 준다. 그러나 2년 미만 불법 체류자는 재입국 기회 보장 없이 무조건 미국을 떠나도록 규정해 반발이 예상된다.

지난 수개월간 격렬한 논란 끝에 공화.민주 양당이 합의한 이 법안은 불법 체류자 합법화에 부정적인 보수파들을 무마하기 위해 국경경비 강화, 저임 노동력의 안정적 공급을 확보하기 위한 초청노동자 제도 마련, 이민 노동자 보호를 위한 노조의 입장 등을 두루 감안한 것이다. 특히 근래 미국 내 정치세력으로 부각되고 있는 히스패닉 커뮤니티의 영향력 등도 반영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앞서 히스패닉계 이민자들은 지난 4~6월 워싱턴.뉴욕.로스앤젤레스.시카고 등지에서 전국적인 반(反)이민법 시위를 통해 미국 정계에 상당한 정치적 압력을 가해 왔다.

◆ 불법이민자 추가 유입은 막아=법안은 멕시코 국경지대를 통한 불법 입국을 막기 위해 1000명인 경비요원을 2011년까지 1만4000명으로 늘리도록 규정했다.

또 부시 대통령의 제안대로 주방위군을 국경에 투입할 수 있고 국경에 595km짜리 장벽과 800km 길이의 자동차 차단물, 그리고 첨단 감시장비를 설치하도록 했다. 불법 이민자를 고용한 업주에 대한 처벌도 강화했다.

◆ 하원 법안과 절충해야=상원은 지난해 자체적으로 이민법안을 통과시킨 하원과 조만간 최종 협상에 착수해 절충안을 마련한다. 하원 법안은 불법 체류를 중범죄(重犯罪.felony)로 간주해 처벌하고, 국경경비를 강화하도록 규정했을 뿐 초청노동자 제도나 궁극적인 영주권 부여 등은 언급조차 않아 상원 법안과 상충된다. 이렇게 상.하원의 견해차가 크기 때문에 11월 중간선거 전에 절충안이 마련될지 불투명하다. 워싱턴 포스트는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 32명이 이 법안에 반대표를 던진 점을 지적하며 "의회가 끝내 절충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폐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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