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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단속 줄여주는 ‘통합환경관리제’···신청률은 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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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환경허가 1호 사업장인 GS이앤알. 천권필 기자.

통합환경허가 1호 사업장인 GS이앤알. 천권필 기자.

지난 22일 경기도 안산시 초지동의 GS이앤알 반월발전처. 1990년에 국내 최초로 산업용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 설립된 열병합발전소다.

발전소 안으로 들어가자 거대한 보일러 탱크가 보였다. 유연탄과 LNG 가스를 태워 증기를 만드는 장치다. 이곳에서 생산된 증기와 열은 반월국가산업단지 내 220여 개 업체에 관을 통해 공급된다.

배근오 GS이앤알 환경안전팀장은 "보일러실에서 연료를 태울 때 나온 배기가스는 전기집진기 등을 통해 오염물질인 질소산화물과 먼지를 제거한 뒤에 굴뚝으로 배출된다"고 말했다.

통합환경허가 1호 사업장인 GS이앤알에서는 최근 전기집진기를 교체했다. [사진 GS이앤알]

통합환경허가 1호 사업장인 GS이앤알에서는 최근 전기집진기를 교체했다. [사진 GS이앤알]

이 업체는 지난해부터 시행된 환경부의 통합환경관리제도에 따라 지난 3월에 전국 최초로 승인을 받았다.

통합환경관리제도는 사업장의 오염물질 배출시설을 대기·수질·폐기물 등 분야별로 지방자치단체나 환경청에서 각각 맡던 방식에서 벗어나 환경부가 통합적으로 허가·관리하는 제도다.

이 업체는 통합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전기집진기를 새것으로 교체했고, 벙커C유 대신 LNG 등 청정연료 비중을 높였다. 미세먼지의 원인이 되는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 등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다.

환경부는 이 업체의 시설 개선이 마무리되면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이 연간 1237t에서 700t으로 43%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배 팀장은 “예전에는 경기도와 안산시, 한강유역환경청에서 개별적으로 와서 지도단속이나 점검을 했는데 통합 허가를 받은 뒤부터는 개별 단속이 싹 없어졌다”고 말했다.

10개 인허가 환경부가 통합 관리

반월국가산업단지. [사진 환경부]

반월국가산업단지. [사진 환경부]

통합환경관리제도는 기업과 정부, 전문가가 협업체계를 구축해 환경오염을 줄이는 동시에 기업에 대한 규제도 합리화하자는 게 목표다. 당장 최대 73종에 이르는 신청 서류가 1종의 ‘통합환경관리계획서’로 간소화된다.

이 제도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큰 19개 업종 중에서 연간 20t 이상의 대기오염물질을 발생시키거나 하루에 700㎥ 이상의 폐수를 배출하는 대규모 사업장에 적용된다.

사업장 수는 1314개로 전체 배출시설의 1.3%에 불과하지만, 오염물질 배출량은 전체 사업장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절대적이다.

김효정 환경부 통합허가제도과장은 “통합허가를 받은 사업장들은 오염물질 배출을 어떻게 줄일 것인지를 공개하도록 의무화했다”며 “수도권은 대기, 강 주변 지역은 수질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등 지역 특성에 맞게 기준을 세우고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청 사업장 1%도 안 돼…인력도 4명뿐 

보령 화력발전소. [중앙포토]

보령 화력발전소. [중앙포토]

문제는 제도가 시행된 지 1년 10개월이 지났는데도 참여율이 너무 낮다는 것이다. 제도 자체에 대한 홍보가 부족한 데다가 유예기간이 4년이나 되다 보니 기업들이 서로 눈치를 보면서 신청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또, 5년마다 재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조기에 허가를 받은 사업장일수록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국회 문진국 자유한국당 의원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까지 통합허가를 받은 사업장은 반월발전처와 신규 폐기물업체인 태경산업 두 곳, 허가를 신청한 사업장도 6곳뿐이다. 올해까지 적용 대상인 사업장(621개)의 0.97%에 불과하다. 이밖에 18개 업체가 사전협의를 요청한 상태다.

인력도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 환경부 직원 4명이 건당 300쪽이 넘는 계획서를 검토하고, 결과서 작성과 사후관리까지 전담한다. 영국의 경우 400여 명의 인력이 관련 업무에 배치돼 있다.

문 의원은 “현재 상황이라면 1300여개 사업장에 대한 허가를 기한 내에 완료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사업장 애로사항을 파악하고 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부도 조기 허가신청 사업장에 대해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 환경전문심사센터 역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통합환경관리계획서 작성에 필요한 정보 등을 제공하는 등 맞춤형 지원을 통해 조기 신청을 유도하고 있다.

유럽, 통합 관리로 오염물질 배출량·사고↓

영국의 석탄화력발전소. [중앙포토]

영국의 석탄화력발전소. [중앙포토]

환경오염 시설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전 세계적인 추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도 2006년 통합적 환경관리제도의 도입을 권고했다.

유럽에서는 20년 전부터 환경오염시설을 통합적으로 관리해 환경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했다. 이를 통해 납과 황산화물 배출량을 2000년에서 2006년까지 50% 수준으로 저감하고, 환경오염 사고도 절반 이하로 줄였다. 영국의 경우 소각장 통합 관리를 통해 2030년까지 약 9000억 원의 환경 편익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염익태 성균관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유럽이 환경기준을 꾸준히 강화하고 있는데도 기업들의 반발이 적은 건 그만큼 규제가 예측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단속 위주의 규제 방식에서 벗어나 통합허가제도처럼 사업장 맞춤형 규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통합환경관리제도

연간 20t 이상의 대기오염물질 혹은 하루 700㎥ 이상의 폐수를 배출하는 대규모 사업장의 오염시설을 환경부가 통합 관리하는 제도다. 지난해 발전·소각·증기공급업을 시작으로 올해 철강·비철·유기화학 업종으로 확대했고, 2021년까지 총 19개 업종 1314개 사업장에 대해 단계적으로 적용된다. 업종별 시행일로부터 4년 이내에 허가를 완료해야 한다. 허가 후에는 5년마다 최적 가용 기술(BAT)의 적용 등에 대한 허가를 다시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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