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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풀 규제, 제2의 비트코인 사태 될라…민주당 노심초사

중앙일보

입력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에 반대하는 전국 택시 산업 종사자들이 1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에 반대하는 전국 택시 산업 종사자들이 1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카카오의 카풀(승차 공유) 서비스 출시가 사회적 갈등으로 번지면서 여권이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소비자의 편리성 증진이냐, 택시기사의 생존권 위협이냐를 두고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은 카카오 카풀 서비스가 개시된 지난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 대회’를 열며 반발했다. 반면, 시민들은 그간의 택시 승차거부, 난폭운전 문제 등을 제기하며 정반대의 입장을 보인다.

‘사이버 전쟁’ 양상도 빚어졌다. 카카오가 카풀 운전자용으로 출시한 앱(카카오 카풀 크루)의 평가란에는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택시기사로 추정되는 이들이 별 1개를 달며 혹평을 하고, 지지자들은 별 5개와 함께 응원 문구를 적는 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당 정책위원회 산하에 카풀제 대책 TF를 구성해 신속히 당정 협의에 임하겠다”고 지난 18일 밝혔다. 민주당 제5 정조위원장(국토위ㆍ환노위ㆍ농해수위 담당)인 전현희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공유경제 도입도 필요하지만 한편으로는 40만 택시산업 종사자와 시민들의 주요 교통수단인 택시사업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다”며 “앞으로 관련 상임위 위원들과 정부 기관들이 함께 카풀제 관련 갈등 해결을 지원하고 필요하면 입법을 해서 국민 불편을 덜어드리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의원이 지난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의 한강유역환경청 등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의원이 지난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의 한강유역환경청 등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당 내부적으로는 해법이 간단치 않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카풀제 대책 TF 위원장을 맡은 전 의원은 ‘당정 협의’라는 표현을 급히 취소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이날 “당정 협의를 통해 카풀제 대책 TF 구성을 결정했다”는 발언을 했다가 ‘당정’이 아니라 ‘당 차원’으로 정정한 것이다. 국토교통부 등 정부와 협의해야 하는 사안임에도 일단은 ‘당 차원’의 대책임을 강조할 정도로 신중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전 의원은 이날 오후 열린 택시노조 집회에 참석해 “여러분의 처우 개선 방안과 정책적 대안이 없을지 택시업계와 의논하고 협의해 접점을 찾도록 당에서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 지지층으로 분류되는 택시업계의 민심을 다독인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도 신중하게 접근하는 모습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 10일 국토부 국정감사에서 “카풀 허용에 대한 정부 입장이 뭐냐”는 이용호 의원(무소속)의 질문에 “출퇴근 때 유료 카풀은 할 수 있도록 법에 허용돼 있고, 저희는 법 그대로 해석하고 있다”고 답했다. 김 장관은 “자율주행차 시대, 카셰어링 등 공유경제 시대가 오고 있기 때문에 택시업계와 IT업계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카카오 카풀

카카오 카풀

정부 여당은 카카오 카풀 서비스와 비슷했던 자가용 승차공유 서비스 ‘우버’의 사례도 염두에 두고 대책을 마련 중이다. 이 서비스는 2013년 8월 서비스 시작했다가 현행법 충돌과 택시업계의 격렬한 반대, 서울시와의 마찰 등으로 2015년 3월 중단됐다. 카풀이 범죄에 이용될 수 있다는 불안감도 변수다.

변화된 사회 분위기도 향후 정책 결정에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당 관계자는 “카풀을 섣불리 규제했다가 ‘비트코인 트라우마’가 재현될까 걱정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암호 화폐 거래소를 폐쇄하겠다”고 말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당시 블록체인ㆍ공유경제 등 4차 산업혁명의 흐름을 거스르는 정책을 함부로 펴면 안 된다는 일종의 학습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카풀 정책 찬성자들은 중국에서도 도입하는 카풀제를 지나치게 규제하는 건 현 정부의 ‘규제 완화’ 방향과 맞지 않는다는 점도 근거로 들고 있다. 전현희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TF 위원 구성을 마치는 대로 조만간 IT업계, 택시업계와 각각 간담회를 갖고 양쪽이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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