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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박원순 도운 해고자, 교통공사 대거 복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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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2011년 보궐선거에 당선한 뒤 박 시장의 선거를 도운 민주노총 해고자들이 대거 복직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8일 서울시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2011년 당시 박원순 후보 진영에는 민주노총 성향 서울지하철(1~4호선) 노조 해고자들과 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 노조 해고자들이 수십 명 합류해 선거운동에 나섰다. 이들은 대부분 노조 쟁의 행위와 관련해 유죄 판결 등을 받고 해고됐던 인물들로 알려졌다.

민주노총 해고자 2011년 캠프 합류 #시장 당선 뒤 34명 공사로 복귀 #10명은 대법서 해고 확정된 인물 #박 시장 측 “적법한 절차 거쳤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복직은 박 시장 당선 직후인 2012년 1월부터 본격 진행됐다. 도시철도공사 해고자 18명과 서울지하철공사 해고자 16명이 전원 복직됐다. 이 중 도시철도공사 해고자 18명 가운데 10명은 대법원에서 ‘정당해고 확정판결’까지 받았던 인물들이나 선별 절차 없이 복직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서울시 내부 관계자는 “당시 복직자 중에는 노조활동이 아닌 국가보안법 위반 인물도 있었으나 회사로 쉽게 돌아왔다”고 주장했다.

복직 논란은 그해 5월 다시 불거졌다. 지하철노조 해고자 가운데 석모 전 노조위원장이 서울도시철도공사 기술이사에 임명됐다. 석씨는 2016년 9호선 부사장으로 임명됐다. 이를 놓고 ‘보은 인사’ 논란이 벌어지자 박 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석씨는 캠프에 합류한 수많은 노동운동가 중 한 명일 뿐이다. 지하철 안전은 물론이고 경영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적임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익명을 원한 서울시 관계자는 “당시 내부에서조차 ‘(석 부사장이) 철도고등학교를 졸업해 현장을 잘 알 수는 있겠지만, 경영 전문성을 갖춘 인사는 아니다’는 불만이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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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중에서도 민주노총 성향의 인사를 주로 챙겼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 관계자는 “민주노총 성향과 한국노총 성향의 간부들이 쌍방 폭행해 해고됐는데 민주노총 해고자만 복직시킨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지하철 노조가 해고 노동자들을 복직시키는 과정에서 급여 등을 전액 보전해 줬다는 증언도 나왔다. 서울시 내부 관계자는 “해고 기간 동안 일을 하지 않았음에도 복직 후 호봉이나 연차보전금, 퇴직금, 성과급, 복지 포인트에서 손실이 없도록 조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는 “2017년 서울지하철노조의 수입이 41억7000만원이어서 회계장부를 공개하지 않은 도시철도노조의 예산과 합하면 연 수입이 웬만한 대기업 매출 이상”이라며 “지난해 교통공사가 ‘해고 후 복직자 급여’ 등 특별회계로 지출한 금액만 10억600만원”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 측은 18일 “석 부사장은 유능한 분이었고 일을 잘할 것 같아 임명한 것뿐 다른 배경은 전혀 없다. 해고자 복직도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고 해명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해고자 복직 여부가 노사 간 쟁점이 되고 조직 불화 요인이 되자 박 시장 취임 후 협력적 관계 조성 차원에서 복직이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태희·임선영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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