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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보설비 정지…경기도, 소방시설법 위반으로 삼성 검찰송치

중앙일보

입력

경기도가 지난달 4일 이산화탄소 누출 사고로 3명의 사상자를 낸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기흥사업장을 소방시설법 위반으로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다. 또 응급의료법과 소방시설공사업법 위반으로 과태료 처분도 내릴 예정이다.
경기도는 17일 오전 경기도청 브리핑실에서 이런 내용이 담긴 '삼성전자 이산화탄소 누출사고에 대한 긴급조사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경기도, 삼성 이산화탄소 누출사건 중간결과 발표 #소방시설법 위반으로 삼성전자 검찰에 송치하기로 #경보시설 정지상태로 두고 사상자 처지기록도 미제출 #관련 시설에 과태료 처분도 추진하기로 #자체소방대법 등 제도 개선안도 정부에 건의

경기도청 청사. [사진 경기도]

경기도청 청사. [사진 경기도]

경기도소방재난본부와 전문가, 유관기관 등이 지난달 5차례 걸쳐 사고 현장을 조사한 결과 삼성전자에서 여러 건의 위반행위가 발견됐다.
먼저 사고 발생 시 비상방송이나 경종을 울리는 경보시설이 연동정지(작동정지)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관리 관계자와 수신기 로그 기록을 살펴본 결과 경보시설은 지난 8월30일부터 9월6일까지 정지돼 소방시설의 정상작동을 차단하고 있었다.

경보설비 정지는 소방시설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형사처벌 건이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특사경은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을 입건하고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보강 수사를 통해 관련자에 대한 입건 등도 추진할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경보설비 정지 이유에 대해선 정확한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사고현장 평면도[사진 경기도]

사고현장 평면도[사진 경기도]

삼성전자는 사고 당일 자체 구급차로 현장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하청업체 직원 3명 등 4명을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사상자들의처치 기록지를 제출하진 않았다. 이는 응급의료법 위반으로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는 사안이다. 경기도는 이를 관리하는 용인시 기흥보건소에 위반 사실을 통보하고 처분하도록 했다.

삼성전자가 지난 4월 경기도에 제출한 정기 소방시설 종합정밀점검결과에서도 문제가 발생했다. 이산화탄소 소화설비 제어반의 위치와 방출 지연시간, 과압배출구 현황 등이 실제 현장과 달랐다.
또 소방안전관리자가 경보시설 정지 사실을 모르는 등 방재센터 업무에 관여하지 않았다.
경기도는 거짓 보고와 소방안전관리자의 업무 태만, 삼성전자의 지도·감독 소홀 등이 모두 소방시설법 위반이라고 판단해 과태료를 부과하는 한편 행정처분도 할 예정이다. 김용 경기도 대변인은 "사고에 책임이 있는 삼성전자의 법령 위반 행위에 대해 엄중한 처벌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사진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실]

[사진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실]

경기도는 이번 조사결과를 토대로 정부 등에 제도개선도 건의하기로 했다.
삼성전자가 이산화탄소 누출 사고 발생 시 경기도 등 지자체에 즉시 알리지 않은 것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당시 삼성전자 측은 일단 자체 소방 시설로 사고를 수습했다. 이후 1명이 사망하자 산업안전시행규칙에 따라 고용노동부에 신고하고 경찰과 소방 등에 알렸다.
경기도는 "소방기본법은 '화재 현장 또는 구조·구급이 필요한 사고 현장을 발견한 사람은 그 현장의 상황을 소방본부, 소방서 또는 관계 행정기관에 지체 없이 알려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신고 주체가 특정되지 않았고 위반시 처벌 조항도 없다"며 "신고 주체를 '사람'에서 '관계인'으로 명확하게 명시하고 화재 또는 구조·구급 상황을 119에 신고하지 않거나 지체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게 처벌규정을 신설하는 방안도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설명했다.

각 기업체 등이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자체소방대의 관리·감독을 위한 자체소방대법(가칭) 제정도 건의할 방침이다. 자체소방대는 체계적인 교육·훈련이나 재난대응 숙련도 등이 소방당국보다 미진한데도 재난 발생 시 기업들이 소방서 신고보단 자체소방대를 통해 해결하면서 부실대응 등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현재 경기도에는 31개 사업장에서 자제소방대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관리·감독할 수 있는 법규는 없다.
이산화탄소 소화설비 설치 시 완공 후 현장에서 현장을 확인하도록 하는 등 설치·유지 관련 대책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전경.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전경. [사진 삼성전자]

한편 경기도는 이번 사고의 원인을 배선 철거 작업 중 누군가가 신호가 살아있는 정상 배선을 노후 배선으로 오인해 절단하면서 벌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배선이 있던 MCC룸에는 삼성전자 직원 1명과 하청업체 직원 12명이 노후 중계기를 교체한 뒤 기존 배선 철거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배선 절단으로 방호구역 수동조작함에 신호가 전송돼 이산화탄소 소화설비가 작동했다. 이산화탄소가 한꺼번에 배출되면서 불상의 이유로 밸브가 파손했고 누출된 이산화탄소는 저장실 위쪽 벽을 파손했다. 이 가스가 복도 등 외부로 누출되면서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 사고로 복도에 있던 하청업체 직원 2명이 사망하고 1명이 중상을 입었다.

김용 대변인은 "이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지난 8일부터 화재 안전특별조사반을 조직해 이산화탄소 소화설비 2302개소에 대한 불시 안전점검을 실시 중"이라며 "정확한 사고 원인 등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정밀조사 결과가 나오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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