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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사회 출발선상에 있는 1020세대, ‘0’ 브랜드가 응원합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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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면

남상일 SK텔레콤 상무

'0' 브랜드를 만든 남상일 SK텔레콤 상무.

'0' 브랜드를 만든 남상일 SK텔레콤 상무.

‘무엇이든 될 수 있는 0(영)’ ‘딱 좋은 나이 0(영)’….

시작을 알리는 숫자 ‘0’ #영어 ‘Young’과 어울려 #10, 20대 이미지와 맞아

최근 ‘영(0·Young)’이 1020세대를 대변하는 문화 코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젊다는 뜻의 영어(Young)와 숫자(0)를 조합하며 ‘영’을 재해석한 남상일(IMC그룹장) SK텔레콤 상무를 통해서다. 그는 올해 만 49세로 명실공히 ‘아재’이지만 1020세대의 문화 코드는 누구보다 더 잘 꿰고 있다. 2014년 SK텔레콤의 캠페인 키워드인 ‘잘생겼다’의 제작자로도 유명하다. 지난 4일 서울 을지로 SK텔레콤 본사에서 화제의 주인공인 남상일 상무를 만났다.

‘영’ 브랜드 네이밍 과정이 궁금한데.
“1999년 티티엘(TTL)에 이어 요즘 1020세대를 위한 ‘컬처 브랜드’를 만드는 작업이 올해 초부터 진행됐다. 젊은 세대를 위해 ‘임팩트 있는’ 이름을 짓고 싶었다. 여기서 임팩트 있다는 말을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예전엔 버벌(말)이나 워딩(글자)만으로도 1020세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 1020세대는 ‘룩 앤드 필’, 다시 말해 한번에 확 보이는 이미지를 빠르게 흡수한다. 미국 애플사의 한입 베어 먹은 사과 모양 BI(브랜드 정체성을 상징하는 이미지)가 대표적이다. 어려운 전문용어를 써가며 단말기 기능, 데이터 제공량을 설명하려 한다면 통신사는 소비자와 멀어진다. ‘영’ 브랜드 광고에선 SK텔레콤 로고를 어디서도 발견할 수 없다. 이는 과거 TTL과 달리 통신사 브랜드가 아니라 컬처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전략이다. ‘영’은 사실 올해 초 후보에서 탈락해 버려진 후보였다. 그러다가 지난 8월 우연히 발견해 유심히 살펴봤는데 ‘영’이 달리 보였다. ‘영’은 숫자 ‘0’, 영어 ‘Young’과 발음이 같다. 시작을 알리는 ‘0’, 젊다는 뜻의 ‘Young’을 한 글자에 담을 수 있겠더라. 사회 출발선상에 선 1020세대와 이미지가 딱 들어맞겠다 싶었다. BI 이미지를 만들어 보니 ‘영’이 더 새로워 보였다. 하마터면 버렸을 ‘영’의 새로운 면모가 브랜드로 탄생했다.”
1020세대의 수요를 어떻게 파악했나.
“보통 시장 수요를 파악하기 위해 타깃 소비자를 상대로 설문조사를 진행한다. 그 결과 값을 수치화하고 숫자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우리나라 1020세대는 이런 설문조사에서 진짜 속마음을 잘 터놓지 않는다. 교육 받은 대로 정답만 말하려 한다. 그래서 조사하기 힘든 타깃이다. 올 초 3개월간 1020세대가 자주 가는 호프집에서 그들과 마음을 열고 이야기를 나눴다. 그들이 편하게 자기 이야기를 하도록 각자의 절친까지 삼삼오오 불렀다. 그들의 문화 코드를 관찰했다. 기존 설문조사로 파악할 수 없던 그들만의 코드를 알게 됐다.”
'스테이션 영’ 5번째 음원 주자인 존 레전드

'스테이션 영’ 5번째 음원 주자인 존 레전드

그 코드가 뭔가.
“그 코드를 이해하려면 우선 과거 통신사가 내놓은 1020세대 전용 브랜드의 특성부터 알 필요가 있다. 과거 SK텔레콤의 TTL·팅(ting)이 원조 격이다. 당시 TTL은 TV에서 CF를 대대적으로 방영하며 브랜드 인지도를 올렸다. 쉽게 말하면 물량 공세였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미디어에 얼마나 자주 노출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호프 토크를 통해 알게 된 현재 1020세대의 문화 코드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바로 ‘모바일’과 ‘스트리트’다. 이들은 모바일 안에서 놀며 많은 일을 한다. 또 길거리에서 버스킹 공연을 즐기거나 서울 익선동·성수동 같은 특정 동네에 모이기를 좋아한다. ‘○○동’을 중요하게 여기는 1020세대를 위해 ‘영한동’을 만들었다.”
이달 27일 영한동에 전시될 아티스트 범민의 작품

이달 27일 영한동에 전시될 아티스트 범민의 작품

 -‘영한동’은 무슨 공간인가.
“성수동이 오프라인 핫 플레이스라면 ‘영한동’은 모바일 속 핫 플레이스다. 1020세대의 키워드인 모바일과 스트리트 요소를 모두 결합해 만든 ‘영’ 브랜드만의 모바일 가상 공간이다. 이들이 한 장소에서 놀며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게 하자는 취지로 기획했다. 현재는 ‘영 한동’ 모바일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1318 스트릿, 1924 스트릿이 나뉘어 있다. 같은 ‘영 세대’라도 연령대별로 제공되는 혜택이 다르다. 이들을 위한 ‘0플랜 요금제’를 확인할 수 있다. 볼거리, 놀 거리, 먹을거리도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이달 27일 코엑스 SM타운이 영한동 오프라인 버전으로 탄생한다. 디지털 화면 안으로만 봤던 영한동 콘텐트를 오프라인에서 오감으로 즐길 수 있다. 또 굿즈인 유튜브 뷰티크리에이터 ‘서울라이트’의 화장품, 캘리그래피 아티스트 지크리스탈의 패션 가죽 제품 등도 선보일 예정이다.”
'스테이션 영’ 5번째 음원 주자인 웬디.

'스테이션 영’ 5번째 음원 주자인 웬디.

인기 아이돌과 협업한 음원도 냈는데.
“문화를 공유하는 데 음악만큼 훌륭한 도구는 없다. ‘스테이션 영’은 SK텔레콤 ‘영’과 SM엔터테인먼트가 손잡고 젊은 세대의 미래를 응원하는 메시지의 음원을 선보이는 문화 프로젝트다. 1020세대의 사랑을 받는 아티스트의 조합으로 공개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스테이션 영’은 지난 8월 10일 음원 사이트를 통해 태연×멜로망스의 ‘Page0’을 발표하면서 출발했다. 소녀시대 태연과 멜로망스가 젊은이에게 힘과 용기를 주는 노래를 불렀다. 엑소의 백현과 래퍼 로꼬의 음원 ‘영(YOUNG)’은 8월 31일 발매와 동시에 국내외 차트를 석권했다. 티저, 뮤직비디오 영상 등은 조회수 1000만 회를 넘겼다. 엑소의 찬열과 세훈의 ‘위 영’(We young)은 태국·싱가포르·아랍에미리트 등 17개국의 아이튠스(애플의 미디어 플레이어)에서 종합 차트 1위를 기록했다. ‘스테이션 영’ 프로젝트의 모든 곡 가사엔 ‘영’ 세대를 위해 밝고 희망적인 메시지가 많이 녹아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SK텔레콤이 상업적 목적으로 시도하지 않았다. 따라서 음원 수익에 관여하지 않는다.”
광고 전문가를 꿈꾸는 ‘영 세대’에게 조언한다면.
“한국외대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뒤 99년부터 2013년까지 마케팅 전문기업 제일기획에서 광고를 만들었다. 2013년 8월 SK텔레콤으로 옮긴 뒤 ‘잘생겼다’ ‘이상하자’ 캠페인을 만들었다. 눈치 챘겠지만 머리에 쏙쏙 박히는 말을 좋아한다. 사실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전문용어들은 일반 소비자에게는 어렵다. ‘소비자 언어’로 바꿔야 한다. 어려운 것을 쉽게 전달해 공감케 하는 게 광고 커뮤니케이션이다. 집무실에 명언을 종이에 적어 붙여놨다. 하나는 ‘어려운 것을 쉽게, 쉬운 것을 깊게, 깊은 것을 유쾌하게!’라는 일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노우에 히사시의 명언이다. 익숙한 것을 생경하게 조합하면 낯설지 않으면서 색다른 창조물이 완성된다.”

글=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사진=프리랜서 김동하, SK텔레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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