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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치과계에 만연한 임플란트 가격 담합 고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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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면

치과는 비싸다는 인식이 강하다. 실제 간단한 충치 치료도 보험이 되지 않는 재료를 사용하면 10만원을 훌쩍 넘고, 임플란트는 개당 수백만 원을 호가한다. 최근 ‘치과 치료비가 비쌀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밝히는 내용의 책 『임플란트 전쟁』(지식너머)이 나와 화제다. 소설의 형식을 빌렸지만 ‘저렴한 가격’으로 치료하던 현직 치과 의사가 치과협회로부터 겪은 고초를 고스란히 기록했다. 이 책을 쓴 고광욱(사진) 유디치과 파주점 원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고광욱 유디치과 파주점 원장

『임플란트 전쟁』에 나오는 사건이 모두 실화인가. 
“그렇다. 치과계에 만연하지만 일반인(환자)은 잘 모르는 ‘가격 담합’을 폭로하는 내용이다. 실제 지역치과협회에서 치료의 종류마다 비용을 정해 지역 내 치과 병원에게 가격 하한선을 지키라고 권장한다. 나 또한 2008년 개원 당시 임플란트 230만원, 틀니 150만원(악당), 레진 13만원이라고 적힌 ‘가격표’를 지역치과협회로부터 팩스를 받은 적이 있다. 담합된 가격보다 저렴하게 받으면 ‘배신자’로 낙인 찍혀 각종 괴롭힘을 당하게 된다. 가령 해당 치과가 재료 구매를 할 수 없도록 치기공사에 압력을 넣거나 치과 전용 구인·구직 사이트의 접속을 차단하는 식이다. 이처럼 실제 일어난 각종 괴롭힘과 그에 따른 분쟁을 낱낱이 기록했다.”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신문·방송 등 각종 매체에 수년간 유디치과와 치과협회(이하 치협)의 분쟁이 보도됐다. 대부분 유디치과에 대한 의혹(공업용 미백제, 발암물질 베릴륨(Be) 포함 재료 사용)으로 시작한다. 모두 무고로 밝혀졌지만 이미지 훼손은 심했다. 사실 이런 의혹은 유디치과가 ‘반값 임플란트’ ‘0원 스케일링’을 시행하며 시작됐다고 생각한다. ‘가격표’를 지키지 않았지만 그 자체를 문제 삼을 수 없어 다른 방식으로 괴롭히는 것이다. 치료 비용을 올리지 않는 한 치협과의 싸움은 계속될 것이다. 앞으로 이런 사건이 보도되더라도 국민들이 문제의 본질이 ‘가격 담합’에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책을 내며 우려한 점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다 보니 관련된 인물·조직·병원 이름까지 공개해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 그래서 ‘광호’라는 주인공을 만들어 그가 겪은 일처럼 사건을 재구성해 소설화했다. 등장인물·조직 등의 이름과 사건이 일어난 시간 등은 허구지만 사건의 전말, 인용된 기사, 댓글 등은 ‘사실’이다. 사실이 아니라면 ‘고소’ 당할 수 있으니 말이다. 직접 겪은 사건 절반과 간접적으로 보고 들은 내용을 추가했다. 치과계의 나쁜 관행을 폭로하는 내용이어서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고소를 하는 사람이 소설 속 범인이 자신이라고 자백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해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치협에선 이번 소설책 출간에 대해 ‘명예훼손’이라며 치협의 회원 자격 박탈 여부를 고려한다는 기사를 냈다.”
못 다한 이야기가 있다던데. 
 “무엇보다 치과 의사 대부분이 사용하는 ‘익명 게시판’에 대한 이야기다. 의사로서 품위가 떨어지는 일들이 이곳에서 시작되고 있다. 책에 썼다시피 이 게시판에 게재됐던 ‘환자 블랙리스트’가 적발되며 사이트는 잠시 문을 닫았다. 하지만 곧 ‘닉네임 게시판’으로 부활했다. 이곳엔 아직도 ‘직원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 ‘뚱뚱하다’ ‘그냥 성격이 이상하다’는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오른 직원의 신상정보가 상세히 기록돼 공유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고심 끝에 책에 다소 충격적인 임플란트의 원가를 공개했다(국산은 10여만원, 스위스산은 27만원). 수술비를 비싸게 받는 병원이 나쁘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수술비를 적게 받아도 이익이 충분히 발생한다는 사실, 즉 재료·서비스의 질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치과계는 누군가 나서서 쓴소리, 바른 소리를 하기 힘든 분위기다. 그럼에도 고인 물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견제와 비판이 자유로워야 한다. 이제부턴 내가 앞장서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오피니언 리더 역할을 하려고 한다.”

글=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 사진=프리랜서 김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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