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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윤영하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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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한국 해군의 첫 대형 수송함(LPX)인 독도함을 시운전하는 장면이 22일 공개됐다. 독도함이라는 이름이 눈에 확 들어온다. 사실 지난해 7월 진수 당시 이 이름으로 명명되자 일본 측에서 유감을 표시했지만 우리 정부는 이를 일축했다.

LPX는 병력과 장비를 나르는 것은 물론 함대를 지휘하는 기함 역할도 할 수 있다. 그래서 해군은 앞으로 만들 LPX 2번 함은 마라도함, 3번 함은 백령도함으로 이름 붙일 예정이다. 동.남.서해 끝에 있는 섬의 이름을 각각 땄다. 영해 수호의 의지가 느껴진다.

해군은 새로 건조한 군함의 이름을 지을 때 종류별로 체계를 달리한다. 한국형 잠수함에는 바다를 지킨 장수의 이름을 달았다. 청해진을 설치한 장보고, 고려 말 조선 초에 왜구를 격퇴한 박위, 화약 무기를 개발해 왜구를 물리친 최무선, 세종 때 대마도를 정벌한 이종무, 이순신 장군의 오른팔 이억기 등 이름만 들어도 든든한 분들이다.

크기와 성능에 따라 3단계로 나뉘는 한국형 구축함(KDX)에는 역사 속 인물의 이름을 단다. 3800t급 KDX-I에는 광개토대왕, 을지문덕, 안시 성주 양만춘 등 고구려인의 이름을 붙였다. 5000t급 KDX-II의 이름은 충무공 이순신, 신라의 문무대왕, 발해의 대조영, 고려의 왕건에게서 땄다.

100기가 넘는 미사일로 무장할 7500t급 첨단 이지스함인 KDX-Ⅲ에는 민간인과 현대 인물의 이름을 붙인다고 한다. 1번 함은 17세기 말 독도에 무단 침입한 왜인을 쫓아내고 일본 영주의 사과를 받아낸 민간인 안용복의 이름을 붙일 예정이다. 2번 함은 베트남전에서 목숨을 바쳐 전우들을 구한 의무 부사관 지덕칠 중사의 이름을 쓰게 된다.

주목되는 것이 KDX-Ⅲ 3번 함이다. 윤영하함으로 명명된다고 한다. 월드컵 열기가 뜨거웠던 2002년 6월 29일, 한국과 터키의 경기가 열린 바로 그날 서해 북방한계선(NLL) 부근에서 고속정 참수리 357호를 지휘하다 북한 측의 기습으로 전사한 고 윤영하 소령의 혼을 잇자는 취지다. NLL을 지키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그런데 북한이 23일 "서해상 출동 방지와 같이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어떤 문제도 제대로 해결할 수 없다"며 남북 철도 연결 약속을 백지화했다. NLL 재설정을 압박하려는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척당 1조원이 넘는 첨단 이지스함에 이름이 붙여질, NLL을 지키다 산화한 젊은 해군 장교의 넋이 보고 있는데…

채인택 국제부문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