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안 경감 잠적 한 달째|안 잡는지…못 잡는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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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전 민청련 의장 김근태씨 전기고문사건과 관련, 지명수배 된 경기도경 공안분실 장 이근안 경감(51)이 한달 째 종적을 감추고 있어 의혹을 더해 가고 있다.
이 경감은 김근태씨 고문경관 4명이 재정신청에 의해 재판에 회부된 직후 전기고문 기술자로 지목돼 지난해 12월 24일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자 달아났었다.
이 경감은 도피 4일 만인 28일 사표를 우송 해와 사실상 고문사실을 인정했으며 지난 11일에는 반제동맹 당 사건 관련자 11명이 이 경감으로부터 고문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이 경감을 독직·폭행혐의로 고소하는 등 고문피해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의혹>
재야·사회단체는 이 경감의 도피가 경찰의 비호아래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경감은 경찰내부는 물론 타 기관에까지「고문출장」을 다녔기 때문에 검거될 경우 5공 시절의 고문사실이 낱낱이 밝혀지게 되고 박종철 군 고문치사사건·부천서 성 고문사건· 김근태씨 고문사건 등으로 만신창이가 된 경찰은 물론 관계기관의 입장이 더욱 어려워지는 등 파문이 확대되면서 공안관계 부서에 큰 타격이 예상돼 못 잡는 것이 아니라 안 잡는 것이란 의혹까지 사고 있다.
재야인사들은 5공 시절의 고문·용공조작 사실을 축소·은폐 할 목적뿐만 아니라 이 경감이 인사명령 없이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에 파견 근무하면서 고문을 했으므로 검거될 경우 상급자들에 대한 문책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경찰이 고의적으로 이 경감을 빼돌려 놓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수사>
검찰은 김근태씨 등 피해자진술을 통해 이 경감의 고문사실을 확인, 검거와 동시에 독직·폭행 등 혐의로 구속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신정 연휴기간 중 수사관 20여명을 이 경감의 연고지(서울개포동 자택·공주의 처가·서울 용두동 부인 경영 미용 실)에 잠복시켰으나 검거에 실패했다.
검찰은 당초·경찰의 입장을 고려해 경찰이 자체적으로 신병을 확보·인도토록 지시했었으나 효과가 없 자 검찰 수사관들을 동원, 검거에 나서고 있다.

<경찰수사>
검찰의 지시에 따라 경기도경에 연고지 전담반 4명, 추적검거 반 5명 등으로 수사 팀을 구성해 놓고 있으나 도피직후의 행적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이 경감이 도피한 후 신병확보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다가 지난해 12월28일 사표가 우송돼 오자 직위해제만 한 채 31일 뒤늦게「피의자 지명수배」도 아닌「직장이탈자 발생수배」를 해 소극적이고 미온적인 자세를 입증1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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