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드라마 '소문난 칠공주'의 셋째 딸 최·정·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사진=김성룡 기자]

"…아버지한테 자식은 설칠이뿐이잖아요. 어려서부터 '설칠이 발뒤꿈치나 따라가라'는 말 들었어요. 저요, 아버지가 그 말 하실 때마다 하루에도 열두 번씩 혀 깨물고 죽어 버리고 싶었다고요. 아버진 저한테 설칠이 반의 반만큼이라도 해준 적 있으세요? 단 한번이라도?"

KBS-2TV 주말드라마 '소문난 칠공주'에서 셋째 딸 '나미칠'의 이런 항변에 공감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듯하다. 항상 전교 1등에, 군인인 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여군 장교가 된 쌍둥이 둘째 언니 설칠에게 늘 열등감을 느껴온 미칠. 공부도 못하고 허영심만 많은 그녀가 급기야 언니의 애인을 빼앗는 '패륜'을 저질러도, 그녀를 향한 손가락질이 생각만큼 심하지 않은 것을 보면 말이다.

2004년 드라마 '12월의 열대야'이후 1년여 만에 컴백, 미칠 역을 맡은 최정원(25)으로서는 자다가도 웃음이 나올 일이다. 그만큼 미칠 역에 푹 빠져 지낸 덕이다. "기분 좋아요. 요즘엔 '미칠이다'라고 많이 알아봐 주시거든요. 드라마 '올인'에서의 섹시한 댄서 이미지를 이제야 벗은 느낌이에요."

그는 "악녀로 변신한 것이 부담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미칠이는 악녀가 아니에요"라고 말한다. "아픔이 있잖아요. 언니보다 못한 동생의 아픔. 부모에게 그런 취급받는 대부분 자식들의 답답함을 표현해 보고 싶었어요. 언제 어디서나 미칠이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면서 말이죠."

그러고 보니 곱슬곱슬 찰랑거리는 웨이브 머리에 하늘하늘한 연분홍 시폰 블라우스, 몸에 착 달라붙는 청바지에 화려한 인도풍 샌들 차림이 예사롭지 않다. 보랏빛 페디큐어는 하이라이트. 까만 손거울을 들고 연신 얼굴을 살펴보는 모습까지 합치면 곧 죽어도 폼생폼사인 극중 모습 그대로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사채를 내서라도 자신을 꾸미고 표현하는 모습에서도 많은 젊은 여성 시청자들이 대리만족을 느낀다는 것. 시청자 게시판에 "언니, 그 머리 무슨 스타일이에요" "어제 입고 나온 그 옷, 어디서 산 거예요"라는 질문이 끊이지 않는 것은 그 같은 관심을 잘 반영한다.

"이 헤어스타일, 사실 제가 제안한 거예요. 제가 다니는 미용실에 가서 '웨이브 많이 들어간 폭탄 맞은 머리로 해달라'고 주문했거든요. 미칠이 캐릭터와 잘 맞을 것 같아 작가 선생님께 설명드렸더니 아주 좋아하셨어요. 협찬받는 의상은 명품과 일반 제품이 반반 정도?"

그녀는 꾸미는 것 좋아하고, 자기 주장이 강하고, 하고 싶은 말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다는 점에서 미칠과 많이 닮았지만, 남자에게 스스럼없이 '작업'을 걸어 밀고 당기는 짓은 "전혀 못한다"고 손사래를 친다.

현재 동국대 연극영화과 3학년 휴학 중. 연정훈.이지훈과 함께 주연을 맡아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스위트 드림'에서는 재일 한국인 3세로 코스모스 같은 순종적인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아직 대학생이라는 점이 너무 좋다"는 최정원은 "연기자로서 여러 색깔을 갖고 있다는 말을 듣고 싶다"며 팔색조 같은 눈웃음을 쳤다.

글=정형모 기자 <hyung@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