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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기 왕위전] 아직도 드러나지 않는 중앙의 정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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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제37기 왕위전 도전5번기 제4국
[제5보 (95~124)]
黑. 왕 위 李昌鎬 9단 | 白. 도전자 曺薰鉉 9단

두 대국자는 물론이고 검토실의 프로들까지 모두의 시선이 중앙에 모아지고 있다. 참 묘하게 생긴 중앙이다. 백의 曺9단이 이곳에서 건곤일척의 승부를 노리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문제는 이곳에 집이 있느냐, 없느냐다.

재미있는 것은 하얗게 서리가 내린 듯한 모습에서 집의 예감이 느껴지다가도 A,B,C 등 사방이 터진 것에 눈길이 미치면 그게 다 일장춘몽으로 보이기도 한다.

李9단은 95로 뚝 끊어온다. 이 수는 중앙보다도 좌상 쪽을 더욱 염두에 둔 수다. 상변을 지우면서 귀의 맛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제 曺9단은 가진 게 진짜 중앙밖에 없다. 누더기같은 중앙을 어떻게 황금의 땅으로 변모시킬 것인가.

曺9단은 연신 신음을 토해내고 있다. '껍데기 뿐…' 하는 소리도 들리는데 아마도 그건 진심일 것이다.

고심 끝에 曺9단이 찾아낸 수는 96~100의 패였다. 패는 요술쟁이다. 상수가 휘두르는 전가의 보도이기도 하다. 曺9단은 지금 저항과 버티기의 수단으로 패를 불러왔다.

패를 하다가 딴 데를 두는 113이나 114도 허허실실의 묘미를 느끼게 해준다. 지금의 패는 한번 더 두어도 뾰족한 수단이 없다. 그래서 백도 겁을 줄 뿐 아직 진짜 패를 결행하지는 않는다.

형세가 좋으면 개운하게 두고싶어진다. 그러나 흑도 섣불리 후퇴했다가는 큰일을 치르게 된다. 가령 '참고도'처럼 흑1로 두어 안전하게 처리하면 그 순간 백 2,4로 지켜져 중앙에 거대한 백의 옥토가 만들어지고 만다.

패의 심리학에도 정통한 두사람은 그래서 끈덕지고도 차분하게 패싸움을 이어간다.

121에 122는 팻감을 고려한 두터운 수이며 이 부근의 백 전체가 곤마가 되지 않는다면 귀는 살려주겠다는 생각이다. (104.107.110.115.120은 패때림)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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