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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의 부동산 노트]19억 아파트 임대수익 800만원 … 집값 조정 신호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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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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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권 아파트의 집값 대비 전세 수익률이 1%대로 떨어졌다. 낡아 임대료가 저렴한 재건축 추진 단지들은 0.5%를 밑돌기도 한다. 사진은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강남권 아파트의 집값 대비 전세 수익률이 1%대로 떨어졌다. 낡아 임대료가 저렴한 재건축 추진 단지들은 0.5%를 밑돌기도 한다. 사진은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지난 8월 말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가 처음으로 30억원에 팔렸다. 시장에서 매수자와 매도자 간 합의된 교환가치다. 올 1월 20억9000만~25억원에서 8개월 새 7억원 넘게 치솟았다.

서울 아파트값 올라 수익률 뚝 #강남 지역은 0.5% 이하로 하락 #전 세계적으로도 최하위 수준 #고강도 규제 계속 … 투자매력 줄어

이 아파트의 사용가치는 어떻게 될까. 사용가치는 임대 수익으로 잴 수 있다.

지난달 같은 주택형의 실거래 전세보증금은 13억~15억원이었다. 월세의 경우 보증금 9억원, 월 임대료 150만원이었다.

매수자가 임대해 받는 보증금 15억원을 은행에 넣어두면 연간 이자(2년 정기예금 금리 2% 기준) 3000만원이 들어온다. 보증금 9억원의 이자와 연간 월세는 3600만원이다.

매매가격 대비 임대 수익률은 각각 1%, 1.2%다. 은행 예금금리의 절반 정도다.

서울 강남권 아파트 임대 수익률이 바닥권이다. 집값은 급등했지만 임대료가 별로 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강남권은 매매가격 대비 임대료 비중이 워낙 낮다.

교환가치와 사용가치 간 격차에 따른 임대수익률 하락은 집값 조정이 다가오고 있다는 신호가 될 수 있어 매매시장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올해 투자비용이 급증해 서울 아파트의 교환가치가 치솟았지만 사용가치는 제자리걸음이다. 올해 들어 서울 아파트값이 지난달 말까지 7.54% 올랐다. 9월까지 누적 상승률로 2008년(10.32%) 이후 최고이고 2000년대 중반 집값 급등기 수준을 보였다. 반면 같은 기간 전셋값은 오히려 0.02% 내렸다.

최근 가을 이사 철을 맞아서도 임대시장은 잠잠하다. 이사 철 초기인 9월 전셋값 상승률이 0.37%로 8월(0.28%)보다 오르긴 했지만 예년 평균보다 낮다.

임대수익률을 좌우하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이 빠르게 내리고 있다. KB국민은행 기준으로 지난달 61.7%다. 매매가격이 10억원이면 전셋값은 6억1700만원인 셈이다. 2013년 12월(61.5%) 이후 최저다.

강남권은 더욱 낮아 50% 정도다. 강남구가 지난달 48.9%로 50% 밑으로 내려갔다. 구별 비율을 조사하기 시작한 2013년 4월 이후 최저다.

자료: 한국감정원 업계 종합

자료: 한국감정원 업계 종합

금리가 다소 오르긴 했어도 여전히 저금리 기조여서 매매가격 대비 전세보증금 이자수입이 줄고 있다.

월세 시장도 약세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월세가 올해 들어 9월까지 28% 내려 조사를 시작한 2016년 이후 최고 하락률이다.

전세보증금 일부를 월세로 돌릴 때 적용하는 전·월세 전환율도 많이 떨어졌다. 한국감정원 집계로 7월 말 기준 4.1%다. 보증금 1억원으로 연간 월세 410만원을 받는 셈이다. 강남권은 이미 3%대다.전환율은 전셋값이 크게 오르며 임대수요가 많았고 금리도 높았던 2010년대 초반엔 7%가 넘었다.

서울 평균 매매가격 대비 전세보증금 비율과 2년 정기예금 금리를 적용한 전세 임대수익률이 8월 기준으로 1.24%다. 2010년대 초반엔 2%가 넘었다.

전세보증금을 전액 월세로 돌린 순수 월세 임대수익률이 2.53%로 전·월세전환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0년 이후 최저다.

송파구 잠실동 엘스 전용 84㎡가 9월 18억3000만원까지 매매거래됐다. 이달 거래된 전세보증금은 최고 8억7000만원이다. 이 경우 전세 수익률은 1%이고 월세 수익률은 0.9%에 불과하다.

비싼 집값에 비해 임대료가 아주 저렴한 낡은 강남권 재건축 추진 단지의 임대수익률은 '0'에 가깝다. 재건축 ‘대장주’로 꼽히는 강남구 대치동 은마와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의 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은 20%대에 불과하다. 전세 수익률은 0.4~0.5% 선이고 월세 수익률도 1%가 되지 않는다.

은마 전용 76㎡의 거래가격이 최고 18억5000만원이다. 임대료 거래 사례는 전세보증금 4억원, 보증금 3억4000만·월세 45만원이 있다. 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이 22%다. 전세 수익률이 0.4%, 월세 수익률은 0.7%다.

자료: 넘베오

자료: 넘베오

서울 아파트 임대 수익률은 국제적으로 보더라도 아주 낮다. 글로벌 도시통계 정보사이트인 넘베오에 따르면 서울 도심의 임대료 대비 주택가격(72.1배)이 비교 대상 315개 도시 중 두 번째로 높았다.

임대수익률 하락이 집값 하락의 전조가 될지 관심을 끈다. 임대수익률은 집값 버블(거품) 판단 기준의 하나로 꼽힌다. 낮을수록 사용가치보다 교환가치가 부풀려져 있어 가격에 거품이 끼어있을 가능성이 있다.

최근 정부의 잇따른 고강도 규제로 집값 상승 기대감이 꺾인 가운데 임대수익률 하락까지 겹쳐 주택 투자 매력이 더욱 떨어지게 된다. 내년 공시가격이 크게 오르고 종합부동산세가 강화되면 보유세(재산세·종부세)가 더 많아져 임대수익률은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까지는 높은 집값 상승률이 임대수익률이 낮아도 주택 투자성을 보전했지만 이제는 사정이 다르다.

임대수익률이 내려가면 신규 매수세가 움찔하는 다른 이유도 있다. 매매가격 대시 전셋값 비율 하락으로 전세를 끼고 사는 ‘갭투자’가 어려워졌다. 전세보증금 외에 지불해야 하는 금액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9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7억1000여만원이고 전세보증금과 격차가 2억4000여만원이다. 1년 전엔 매매가격이 5억8000여만원이고 차이가 1억7000만원이었다. 1년 새 7000만원이 더 필요하게 됐다.

집값이 가장 비싼 강남구에서 지금 전세를 끼고 사려면 1년 전보다 2억2000만원이 더 필요한 7억1000여만원이 있어야 한다.

임대수익률을 보더라도 집값 상승세는 고비를 맞고 있는 셈이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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