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슈퍼보울 유산 위기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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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뉴욕지사=장훈기자】2억5천만 전 미국인을 흥분시키고 있는 제23회 슈퍼보울경기 (아메리칸풋볼결승전)가 유산위기를 맞고 있다.
오는 23일 오전11시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조 로비 스타디움에서 열릴 예정인 슈퍼보울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와 신시내티 벵골스와의 대전은 시민들의 폭동으로 제대로 치러질지가 의문시되고 있다.
이 같은 시민들의 폭동은 「마틴·루터·킹」목사의 생일인 지난16일밤 백인경관인 「월리엄·로자노」가 모터싸이클을 과속으로 타고 달려가던 흑인2명에게 권총을 난사, 이들이 모두 숨지자 촉발됐다.
이 사건으로 마이애미근처의 오버타운과 리버티시의 흑인들이 흥분, 길거리를 뛰쳐나와 경찰과 총격전읕 벌이면서 폭동으로 번지고 있다.
흑인들이 17∼18일 이틀에 걸쳐 곳곳에서 경찰차를 불태우고 진압경찰에 총격으로 대항하는 등 난폭해지자 17일 열릴 예정이던 미프로농구 마이애미 히트와 피닉스선스와의 대전이 취소됐으며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즈와 신시내티 벵골스 선수들은 호텔에서 외부출입이 금지된 채 갇혀있다.
한편 이 경기에 대한 미국 팬들의 관심은 열기를 뿜어 입장권이 액면가의 10배가 넘어 1천 달러에 거래되고 있으며 샌프란시스코와 신시내티의 극성 팬들은 항공권이 매진되자 전세기를 동원하는 등 법석을 떨고 있다.
또한 전세기마저 놓친 팬들은 5천km나 되는 거리를 5일간 달려와 구장 앞에 슬리핑 백을 걸치고 입장권 획득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라스베이가스와 아틀랜틱시티의 도박장엔 경기상보판이 설치되었으며 여기에 따른 판돈만 9천만 달러가 넘어서고 있다.
이 같은 관심 속에 슈퍼보울 방영권을 따낸 NBC방송은 작년슈퍼보울 경기에서 CBS가 30초에 60만 달러 받은 광고료를 이번엔 12.5% 올린 67만5천 달러로 결정했고 한국의 현대자동차와 일본의 도요타·넛산, 그리고 독일의 폴크스바겐사가 치열한 경쟁을 뚫고 30초 광고의 주인공이 되었다.
이들 회사가 슈퍼보울 때 내보내는 광고액수는 총1천2백만 달러가 넘을 것으로 광고전문가들은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암표상들은 슈퍼보울대회가 무산될지도 모른다는 소문 속에 전전긍긍하고 있으며 각 항공사와 호텔 등은 해약사태가 속출되고 있는 가운데 기념품가게들도 모두 풀죽은 모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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