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6)이원복(대학교수 만화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만화는 뛰어난 표현력을 지닌 영상·매체입니다. 작가의 무한한 상상력을 가시화할 수 있는 어쩌면 유일한 매체지요. 먼 우주·해저·땅속 끝까지 카메라는 못 가도 만화는 갑니다.』
지난해 20권짜리 『학습만화세계사』(계몽사간)를 펴내 국내 교양만화의 질과 영역에 새 지평을 열었던 만화가 이원복교수(43·덕성여대 산업미술과).
그 이교수가 올 들어서는 『…세계사』의 자매편이랄 수 있는 『학습 만화 한국사』제작에 매달려 혹한 속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서울 한강로 큰 길 뒤켠 「대원동화」라는 만화영화제작소 5층 구석진 방이 그의 작업실. 웬만하면 점심은 주문배달로 때우고 새벽 귀가를 마다하지 않으며 『학습만화 한국사』에 정성을 쏟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만화의 르네상스.」라고 불릴 만큼 만화열기가 대단했읍니다. 만화잡지 창간붐은 말할 것도 없고 전분야에 걸쳐, 예를 들어 주식·수학·물리 등 딱딱한 숫자 놀음까지 만화로 풀어 보는 것이 유행했었읍니다. 앞으로 2∼3년 후면 틀림 없이 현재 일본의 만화폭발이 우리나라에서도 재현될거라고 봅니다.』
이교수는 그때를 대비, 젊은 작가들과 함께 올해 「교양만화 연구회」성격의 모임을 만들어볼까 구상중이다.
이교수의 『…세계사』는 여러모로 우리 만화사에 한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을 받았었다.
우라기술로 학습만화를 기획·제작한 최초의 성과를 거뒀고 만화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기존 세계사 도서들과는 다른 독창적 사관을 가미, 만화자체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또 대형출판사의 과감한 투자로 만화책의 겉과 내용을 한 단계 고급화시켜 학습서로서의 구실을 온전히 해냈다는 것.
지금 이교수가 매달려 있는 『학습만화 한국사』도 20권짜리로 올 11월께 출간 예정이다.
상고사부터 88년 최근에 이르기까지 모두 다룰 계획인데 현재 조선중기편인 9권을 제작 중이다.
특히 현대사부문에 중점을 둬 20권 중 7권을 이 부문에 할애하고 있다.
또 선사시대부터 각 시대별로 복장·장신구·과학기기·무기 등 각종 자료를 그린 도판『국학도감』을 따로 펴낼 예정으로 만화와 함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학습만화 한국사」는 청소년을 위한 이야기 그림이나 야사·에피소드유가 아닙니다. 사연 많은 한국사를 정면으로 정사중심으로 다룰 것입니다. 필요하다면 진보적 시각의 사건해석도 과감히 수용할 겁니다.』
이를 위해 이교수는 국사문제연구소를 운영하는 재야사학자 이리화씨의 저본을 바탕으로 그림을 구성한 뒤 다른 소장학자들에게 고증을 받고 있다.
『…세계사』제작 때와 같이 이번 작업도 기초자료를 이교수가 영상콘티로 짜고 실제 작화는 젊은 만학가 박홍용팀이 맡고 있다.
이교수는 또 『…한국사』제작 짬짬이 2년 전부터 구상하고 있던 『만화 철학사』의 기본자료를 모으고 있는데 올 하반기께엔 『…철학사』제작에도 븐격적으로 들어갈 작정이다.
이 만화는 현대인의 일상을 만화로 그려가며 그들의 대화와 생활 속에서 자연스레 철학의 이론을 풀어보겠다는 어려운 작업이다.
『만화의 요체는 여유입니다. 보는 사람이 껄걸 웃는 속에서 작가의 숨은 메시지가 전달되는 그런 만화가 좋은 만화입니다.』 <이?익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