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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재직 기간은 공소시효서 뺀다” 권력에 발목 잡힌 MB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다스 자금 횡령과 삼성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달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결심 공판을 마친 뒤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스 자금 횡령과 삼성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달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결심 공판을 마친 뒤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권력은 오히려 자신의 발목을 잡는 올가미가 됐다.

통상 계산대로면 횡령·뇌물 공소시효 만료 #재임 중 공소시효 정지…범죄액 크게 늘어

이 전 대통령은 5일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15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정계선 부장판사)는 5일 이 전 대통령의 1심 선고 공판에서 16가지 공소사실 중 7가지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15년에 벌금 130억원을 선고했다. 82억여원의 추징금도 선고했다. 지난 4월 9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이래 179일 만이다.

이날 재판에서 이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혐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조세포탈,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16개에 달했다.

지난달 서울중앙지검이 이 전 대통령을 구속기소하면서 공개한 59쪽 분량(별지 포함)의 공소장에는 각각의 공소사실이 담겼다.

이 중 350억원대 횡령과 일부 뇌물 혐의는 이 전 대통령의 당선 이전이나 취임 초반 발생한 일이다. 이런 범죄라면 대부분 이미 공소시효가 만료되었어야 한다.

그러나 검찰은 이들 혐의의 시효가 여전히 살아 있다고 봤다. 이날 선고공판에서 재판부도 “이 전 대통령의 대통령 재직 기간 5년은 공소시효 계산에서 빼야 한다”고 밝혔다.

결국 대통령으로 재직하던 5년의 시간 때문에 이 전 대통령의 범죄액 규모도 크게 늘어난 셈이다.

이날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이 1994년부터 2007년 중반까지 조성한 다스 비자금과 다스 법인카드 사용액 중 245억원 상당을 횡령금으로 인정했다. 재판부가 선거캠프 직원에 대한 허위 급여 지급이나 개인 승용차 사용 부분 등은 혐의 입증이 안 됐다고 판단해 공소장에 담긴 횡령액보다는 줄었다.

통상 횡령 금액이 50억원을 넘어설 경우 공소시효는 10년이다. 이 전 대통령 공소장에 적시된 마지막 횡령 범죄일은 2007년 7월 12일로 통상대로라면 2017년 7월 12일이 시효 만료일이다

또 재판부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2011년 하반기에 전달한 10만 달러(1억원 상당)는 당시 원 전 원장이 경질 위기에 놓인 점 등을 토대로 ‘자리보전’ 등의 대가성이 인정되는 뇌물로 판단했다. 이 전 대통령이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에게서 자리 대가로 36억여원을 받은 혐의 중 이 전 회장과 김소남 전 의원에게서 받은 23억원 상당도 뇌물로 인정했다.

모두 통상적인 계산대로라면 공소시효가 만료됐어야 하는 것들이다. 대통령 재직 기간이 시효에 포함됐다면 처벌을 면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 재임 기간 공소시효 정지로 인해 이들 시효는 연장됐고, 이날 법원은 이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이미 대통령은 재임 동안 공소시효가 정지된다는 헌법재판소의 여러 판례가 있다. 헌재는 1995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12·12사태 관련 헌법소원사건 심리에서 “법률에 대통령 재직 중 공소시효 진행이 정지된다는 명확한 규정이 없다 하더라도 대통령 재직 중에는 공소시효의 진행이 당연히 정지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결정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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