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로프 풀린 과정 의아해"···의문의 부장검사 추락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현직 부장검사가 암벽 등반하던 중 로프가 풀려 추락사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대해 전문 산악인들이 '로프가 풀리는 경우는 드물다'며 의구심을 표했다고 뉴스1이 3일 보도했다.

암벽 클라이머들이 도봉산 선인봉에 오르고 있다. [중앙포토]

암벽 클라이머들이 도봉산 선인봉에 오르고 있다. [중앙포토]

앞서 의정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3일 오후 1시쯤 서울동부지검 전모(56·사법연수원 24기) 부장검사가 도봉산 선인봉(708m) 정상 인근 암벽에서 등반을 마치고 하강하던 중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직후 전 부장검사는 복부 통증을 호소하다 병원으로 옮겨진 뒤 숨졌다.

사고가 발생한 암벽은 중급 난이도의 '선인봉 남측길'로 전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전문 산악인 등으로 구성된 동료들과 암벽 등반에 성공했다. 이어 하강하던 중 로프가 풀려 변을 당했다.

보도에 따르면 전문 산악인들은 '10년 넘게 암벽 등반을 해온 베테랑인 전 부장검사가 하강시 매듭지은 로프가 풀렸다는 게 의아하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하강을 위한 로프 설치는 베테랑 산악인이 보편적인 방법으로 매듭을 손보고 퀵드로로 고정하기 때문에 로프가 끊어지면 끊어졌지 풀릴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또 '하강 로프를 나무에 묶었다'는 일행의 진술에 대해서도 의문을 나타냈다. 도봉산 선인봉은 유명한 바윗길인 만큼 하강 포인트에 강철 앵커가 바위에 박혀 있을 텐데 어째서 나무에 묶었는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도봉산 둘레길에서 보이는 선인봉. [중앙포토]

도봉산 둘레길에서 보이는 선인봉. [중앙포토]

30년 경력의 산악인 A씨는 뉴스1에  "암벽 등반할 때 바위보다 위험한 것이 나무다. 부러진 가지에 찔릴 수 있고 썩은 나무에 몸을 의지하면 부러지면서 몸의 균형을 잃고 실족할 수 있다"며 "대부분의 산악인들은 자연보호 차원에서도 암벽 위의 나무에 로프를 묶거나 밟지 않는 불문율이 있다"고 전했다.

드문 사례긴 하지만 부주의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다. A씨는 "하강할 때 대개 로프 2동을 하강기에 끼워 내려가는데 베테랑들은 1동만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때 부주의했을 경우 종종 사고가 일어나기도 한다"고도 말했다.

경찰은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당시 누가 로프 매듭을 손봤고, 하강 순서와 하강 장비에 이상이 없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한편 사고가 난 선인봉은 암벽 등반을 통해서만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선인봉 남측길'은 1940년에 산악인들이 개척한 유명 바윗길이다. 서울시내 경관이 훌륭해 인기가 높은 암벽이기도 하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