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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동행 비건 “잘 될 것” … 종전선언·핵사찰 빅딜 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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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마이크 폼페이오. [EPA=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EPA=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사진) 미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은 북·미 비핵화 협상의 분수령이다.

폼페이오 방북 관전 포인트 #북한, 제재 일부 면제 요구할 수도 #조기 정상회담 땐 미국서 열릴 듯 #추미애 “시진핑이 김정은에게 #미군철수 요구 코치했다고 들어”

종전선언과 영변 핵시설 사찰의 맞교환이라는 ‘빅딜’의 가닥이 잡힐지, 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보냈다는 ‘아름다운 친서’의 내용과는 달리 또다시 북한이 ‘딴 소리’를 하고 나올지가 최대 관건이다.

현재로선 ‘물밑 조율’이 상당부분 이뤄졌기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 면담 ▶당일치기 일정으로 굳어진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다만 북한이나 미국이나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장소와 날짜를 합의하는 데 집중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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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북·미 회담의 실무를 책임지게 될 스티븐 비건 대북문제 특별대표의 데뷔전도 지켜볼 대목이다. 비건 대표는 2일 밤(현지시간) 워싱턴의 대사관저에서 열린 국경일 행사에서 중앙일보 기자와 만나 “폼페이오 장관을 따라 여행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날 한국 측 관계자들에 “북한이 무슨 이야기를 할 지 들어봐야 알겠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면담이) 잘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고 한다. 사흘 앞으로 다가온 폼페이오 4차 방북에 대한 관전 포인트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① 종전선언과 영변 핵사찰 합의할까=워싱턴의 고위 소식통은 이날 “이번 폼페이오 방북 때 종전선언과 북한 핵시설 사찰 카드가 어느 정도 합의에 이를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실제 폼페이오 장관은  “특정한 시설과 무기 시스템에 대한 대화가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또 CBS와의 인터뷰에선 “김 위원장이 국제적 사찰단의 핵시설 사찰을 허용하는 데 합의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친서 내용에 대해 “획기적이고 역사적”이란 표현까지 썼다. 흐름상으로 볼 때 북한이 영변 같은 특정 시설에 대한 사찰을 수용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미 국무부 내 기류가 종전선언에 대해 기존의 강경 입장에서 “조건만 맞는다면…”으로 바뀌고 있는 만큼 어느 때보다 ‘빅딜’ 가능성은 있는 셈이다. 하지만 북한이 핵시설 사찰의 ‘상응하는 대가’로 종전선언에 만족할지는 불투명하다. 남북 경제협력과 관련된 제재에 대해서만 ‘일부 면제’하는 방안을 요구하고 나설 가능성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펜실베이니아주와 테네시주로 향하는 마린 원 헬기에 탑승하기 전 자신을 보기 위해 온 한 여성과 포옹하며 볼에 입맞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펜실베이니아주와 테네시주로 향하는 마린 원 헬기에 탑승하기 전 자신을 보기 위해 온 한 여성과 포옹하며 볼에 입맞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② 폼페이오 파트너, 김영철에서 이용호로 바뀔까=폼페이오는 지난주 유엔총회 기간 중 이용호 외무상과 별도 회담을 한 뒤 ‘10월 중 북한 방문’을 공식 발표했다. “매우 긍정적인 만남”이라고도 했다. 폼페이오가 현 카운터파트인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을 껄끄러워하는 건 이미 오래전부터 널리 알려져 있었다. 소식통에 따르면 폼페이오는 강경파인 김 부위원장을 이미 “도무지 이야기가 안 통하는 사람”으로 결론 내린 상태라고 한다. 하지만 현재로선 김정은 위원장이 폼페이오의 이번 4차 방북 때 김영철을 빼고 이용호를 내세울 가능성은 그다지 크지 않아 보인다. 김 위원장으로선 폼페이오가 어려워하는 김영철을 내세우는 게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군부 강경파를 의식해야 하는 측면도 있다.

③ 북·미 2차 정상회담 시기와 장소는=폼페이오의 방북이 예상보다 상당히 앞당겨진 점으로 미뤄 ‘중간선거 전인 10월 중 개최’로 굳힌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그동안은 ‘중간선거 후 개최’가 유력했었다. 10월에 열릴 경우 실무준비의 한계상 제3국 개최는 어려워질 수 있다. 트럼프는 “북한에 말려들었다”는 여론의 역풍이 일 수 있는 북한 개최보다는 홈그라운드인 미국 개최를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이번 폼페이오 방북에서 정상회담 날짜가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서로 의견을 조율한 뒤 이견이 좁혀지면 제네바 라인을 통한 실무협상에서 2차 정상회담 날짜가 잡힐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종전선언 이후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방미 특사단의 추미애 전 대표는 지난 2일(현지시간) “댄 설리번 공화당 상원의원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김정은에게 주한미군 철수를 받아내야 한다고 코치한 것 같다’고 말하면서 이에 대한 한국의 입장을 물었다”고 말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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