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제연합」이냐 「연방제」냐|겉도는 남-북한 통일 목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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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새해 벽두부터 통일방식을 둘러싼 논의가 중구난방으로 나오고 있다.
정부가 북한이 주장해온 연방제방안을 수용할 것이라느니, 국가연합 형태의 통일방안을 마련한다느니 하는 억측이 나돌더니 「체제연합」이라는 새로운 용어까지 등장했다.
한국정부는 그 동안 통일방안과 관련, 연방제다, 국가연합이 다하는 정형화된 방안이 없이 기본적으로 민족공동체로서 재결합하는 현실적인 접근방식을 취해왔다.
우선 신뢰를 회복하면서 인적·물적 교류를 확대해 나가 민족공동체로서의 체질을 다시 회복하는 것이 시간은 걸릴지 몰라도 가장 확실한 접근방식이라는 태도를 취해 왔다.
가장 최근에 나온 통일방안으로 82년 1월 22일 전두환 대통령이 제안한 「민족화합·민주통일」방안도 같은 맥락의 연장으로 「선 교류 및 신뢰회복」에 중점을 둔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홍구 통일원장관은 지난 5일 『정부가 구상중인 통일방안은 「분단고착화를 지양하고 민족공동체를 만들어 가겠다」는게 기본원칙』이라고 전제, 『북한의 연방제는 남북의 이질성이 심화되어 있고 북한이 남조선혁명을 포기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그리고 국가연합은 일반적으로 양측에 두 개의 국가가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는 개념이므로 받아들이기 곤란하다』 고 밝히고 『정부가 마련중인 통일방안의 근간은 국제법 등에 정형화된 형태는 없으나 굳이 명명한다면 체제연합으로 「1민족 2체제」 에서 「1민족 1국가」로 가기 위한 중간단계의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2월말께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는 새로운 통일방안으로서의 체제연합의 모습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을지는 아직 밝혀진 게 없지만 이장관의 체제연합 구상은 남북한이 각각의 헌법 등에서 상대방을 국가로 인정하지는 않으나 서로 다른 정치체제의 존재를 인정,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해나가면서 통일로 접근해 나가자는 과도기적 중간단계의 통일방안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체제연합은 서로국가인정을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연방제에 가깝고 현실적인 상호 이질성을 인정하면서 별개의 정치체제를 묶는다는 점에서는 국가연합에 가까운 개념이다.

<국가연합>
이론상 지역적 또는 정치적으로 하나의 연합체를 만들 필요가 있을 때 나타나는 느슨한 결합형태다. 국제연합(UN)·유럽공동체(EC)·동남아국가연합(ASEAN) 등이 그것이다.
개개의 국가는 독립된 주권을 행사하면서 특수한 공동목표를 위해 배타적인 정치적·경제적 공동행위를 한다. 이런 연합체제는 아무리 고도의 정치적 통합을 이룬다해도 외교·국방 등 주권을 단일화할 수는 없다. 따라서 하나의 중앙정부를 만들 수 없다.

<연방제>
북한측이 한반도통일방식으로 줄기차게 주장해온 연방제는 그 구성단위가 주권을 갖지 않는다는데 특징이 있다.
미·소·서독 등에서 보듯 연방정부가 외교·국방 등 주권을 독점적으로 행사하므로 구성단위는 국가라는 이름으로 독자적인 행동을 할 수 없다.
연방정부와 지방정부는 권력관계에서 원칙적으로 대등하지만 권력행사 내용은 다르다. 지방정부는 연방헌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자치권을 갖고 있어 독자적인 법체계를 가질 수 있고 의회도 갖추고 있다.
연방제의 구성원은 국가연합보다 덜 이질적이나 남북한과 같은 단일민족으로서 이념과 체제가 전혀 다른 구성단위들이 연방국가를 이루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북한의 통일방안>
북한이 계속 주장해온 연방제는 60년대, 70년대, 80년대에 그 명칭과 내용이 조금씩 달라져왔다.
최초로 연방제가 거론된 것은 60년 8월 14일 김일성의 해방 15주년 경축대회 연설에서였다.
김일성은 이 연설에서 『어떠한 외세의 간섭도 없는 민주주의적 기초 위에서 자유로운 남북 총선거를 실시하자』며 『남조선이 이 같은 자유로운 남북 총선거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 과도적 조치로서 남북 조선의 연방제를 실시하자』고 제안했다.
김은 이어 그 구체적 방안으로 △남한에 현존하는 정치제도 존속 △양쪽 정부의 독자적 활동 보장 △양쪽 정부대표로 구성되는 최고민족위원회조직 △이를 통해 주로 남북한간의 경제·문화발전을 통일적으로 조절하자는 내용을 제시했다.
이 제의내용은 외세의 간섭 없이 남북 총선거에 의한 평화적 통일이 받아들여질 수 없다면 그 전 단계로 연방제를 받아들이라는 일종의 「과도적 조치」로 풀이된다.
두 번째 연방제 제의는 76년 6월 23일 조국통일 5대 강령을 제시한 김일성의 연설에서 나타났다.
이 연설내용은 남북한의 정부를 인정한다는 부분이 빠지고 대신 고려연방공화국이라는 단일국호아래 유엔가입과 남북연방제실시라는 내용이 첨가됐다.
첫 번째 제안이 남북한의 정치체제를 각각 인정한다는 국가연합과 가까운 것이었다면 후자의 것은 독자적인 정치체제 및 주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연방제의 기본조건을 갖춘 것이라 할 수 있다.
세 번째 제의는 80년 10월 10일 김일성의 노동당 제6차 대회 연설에서 나타난 「고려민주연방공화국창립방안」이다.
고려민주연방공화국방안은 두 번째 것보다 상당히 진전된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데 그 주요 내용은 △연방국가의 국호는 고려민주연방공화국으로 하고 △최고 민족연방회의를 남과 북의 동수 대표 및 상당한 수의 해외동포로 구성하며 △상설기구로 연방상설위원회를 최고민족연방회의 밑에 두어 남과 북의 지역정부를 지도하도록 되어있다.
이 같은 내용은 연방제들을 제대로 갖춘 것이나 북한은 그 실시의 전제조건으로 △남한의 반공법 및 국가보안법 폐지 △모든 정당·단체(통혁당 등) 합법화 및 정치활동 보장 △남한체제의 민주주의적 정권(즉 용공정권)으로 교체 △북한·미 평화협정체결 및 주한미군철수 등을 제시했다.
북한이 제시한 전제조건은 결국 주한미군철수 등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해 남한을 무방비상대로 만들어 공산화하겠다는 하나의 선전용에 불과하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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