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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고] 낭만주먹 낭만인생 50. 연재를 끝내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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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방동규씨가 팔 근육을 자랑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요즘 이래저래 살이 조금 빠졌어. 그래서 좋아요. 몸도 가볍고…. 지방이 빠져나간 지금이 벌크(근육덩이) 만들기 딱 좋을 때거든. 목표는 두 가지입니다. 우선 근육을 보기좋게 만들어 내년에 미스터코리아 대회에 도전할 거야. 중장년부 우승을 목표로…."

배추란 별명으로 더 유명한 방동규(71.경복궁 관람안내지도위원)씨는 "요즘 살이 빠져 보인다"는 질문에 앞으로의 계획부터 밝혔다. 또 다른 계획을 물었더니 쑥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천하의'구라(입심)'에 '라지오(라디오)'도 그런 구석이 있나 싶었다.

"요즘 뜨는 게 K-1이나 프라이드 같은 이종격투기 아닙니까. 그 무대에 도전해볼까 해요. 사람들이 노인네 주책부린다고 하지 않고 재미있다고 말해줘야 할텐데, 어떠셔?"

방씨에 따르면 한창 때 그의 팔 윗부분 근육(상완) 둘레는 45㎝. "한번은 백기완이 펴내는 잡지 '노나메기'에 이 같은 사실을 적은 원고를 보냈더니, 기완이가 확인도 안해보고 30cm라고 바꿔 내놨는데 정말은 45cm가 맞다"고 거듭 말했다.

"'남기고 싶은 이야기들' 연재는 재미있었어요. 내 허접한 삶을 더듬는 계기였으니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내 주먹 얘기가 교육상 좋지 않다고 하는 이들이 없지 않아서 '낭만주먹'쪽은 건너 뛴 느낌이야. 수위 조절이 조금 힘들었어요."

방씨는 자기가 털어놓은 이야기들은 독자를 의식해 '부드럽게 만진' 스토리일 뿐, 보태거나 과장한 대목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반세기 전 험한 세상에서 그런 삶도 있었구나 하고 생각해주길 바란다는 말도 덧붙였다.

"연재를 하며 정말 고민한 대목은 따로 있습니다. 혹시 내가 스스로를 멋진 사람으로 그리는 게 아닐까하는 점이지요. 그런 스토리나 전기는 이제 조금은 진부해졌거든요. 나는 그저 세상과 부대끼며 살아온 흔적을 가감없이 보여주고 싶었고, 보통사람들의 마음을 적셔주고 싶었는데…."

그는 요즘 사회는 모든 것이 너무 꽉 짜여져 있기 때문에 도깨비같은 위인은 적응이 쉽지 않다면서 "사람들이 느끼는 답답함은 낭만과 여유로 풀어가는 수밖에 없다"는 철학도 내비쳤다.

방씨는 이 글을 연재하는 동안 '서울 사람'이 됐다. 출근하는데 두 시간이 걸리던 경기도에서 벗어나 4월 서울 부암동으로 이사했다. 월세를 살던 그였으나 한 독지가가 아무 조건없이 단독주택을 무상으로 임대해준 것이다.

"세상은 알고보면 따뜻해요. 나처럼 덕도 없고 허접하게 살아온 사람에게 주위에서 도움의 손길을 뻗어주니 더없이 고마운 거지요. 앞으로는 그 분들에게 무엇을 보답하며 살까를 궁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누군가 그랬다. 방씨의 얼굴은 "마치 털털하게 차려입고 나온 기업체 대표 같다"고. 주먹에 능한 사람답지 않게 간혹 진지한 표정을 짓는 '낭만주먹'. 그의 변신이 궁금해진다.

배추 방동규

조우석 문화전문기자 <wowow@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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