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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화학무기회담 난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세계화학무기회담은 폐막을 이틀 앞둔 9일 현재 테러리스트및 집단학살국 지도자들의 화학무기 사용을 금지시키는 최우선 과제에 관해 참가국들이 서로 다른 정치적 이유로 계속 이견을 노출시키고 있는 한편 많은 나라들이 인접국들의 핵무기 보유때문에 화학무기 금지에 반대, 진전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다.
화학무기 전문가들은 소외된채 정치 설전장으로 변한 이회의에서 남북간, 아랍·이스라엘간, 이란-이라크간의 상호 비난이 두드러지는가 하면 9일 회의에서는 남아프리카 대표의 연설에 항의, 대부분의 참가국 대표들이 퇴장하는등 인종분규까지 노출돼 일부에서는 회담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모세·아렌스」 이스라엘외상은 이라크와 시리아및 리비아로부터 직접적인 화학무기 위협을 받고 있으며 이스라엘도 이에 대응, 스스로를 방어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말해 화학무기 보유사실을 시인했다.
「아렌스」외상은 또 이스라엘이 화학무기는 물론 핵무기까지 보유하고 있다는 아랍국가들의 비난에 대해 『화학무기를 사용한 나라들에 주의를 집중해야할 것』이라고 직접적인 답변을 회피하면서 중동지역 국가들이 자유의사로 합의에 도달할수 있는 이 지역에서의 모든 화학무기 사용 금지를 촉구했다.
한편 리비아는 이스라엘이 핵무기와 화학무기및 세균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미국이 이같은 무기의 개발을 지원했다고 비난하면서 리비아내에 화학무기공장이 건설됐다는 미국의 주장을 또 다시 부인했다.
한편 이란외무상은 이날 별도의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회담이 『너무 온건하고 너무 보수적』라고 주장하고 지난 81∼88년 대이란전쟁중 민간인에 대해 대규모의 화학무기를 사용한 이라크가 제재를 받지않고 넘어가는데 대해 불만을 표시하면서 이번 회담의 폐막선언은 양국간 이란-이라크 종전을 위한 제네바 회담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수 있는 것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보타」남아프리카공화국 외상의 연설차례가 되자 약 20개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참가국대표들이 회의장에서 퇴장했으며 회의주최국인 프랑스대표단까지 퇴장, 남아공의 인종차별주의 정책에 강력한 항의를 표시했다.
이날 「보타」 외상의 연설순서가 되자 「로버트·오우코」 케냐외상이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인종차별주의 정책을 펴고 있는 현 남아공 소수백인정권은 『남아공주민을 대표할수 없다』면서 아프리카 국가들의 퇴장을 주도했으며 대부분의 동구권과 아시아 및 남미국가 대표들도 이에 호응, 회의장을 떠났다. 【파리=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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