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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업무추진비 내용 공개, 불법인가 합법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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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을 둘러싼 법적·정치적 공방의 핵심은 취득과정의 불법성과 공개된 업무추진비 내역의 성격이다.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가운데) 등 의원들이 27일 오전 국회에서 심 의원실 압수수색 등과 관련해 문희상 국회의장을 항의 방문 한 뒤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가운데) 등 의원들이 27일 오전 국회에서 심 의원실 압수수색 등과 관련해 문희상 국회의장을 항의 방문 한 뒤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우선 심 의원 측은 재정정보원 재정분석시스템(OLAP)을 이용해 청와대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 등을 입수했다. 원래 심 의원 측이 기재부로부터 받은 시스템 계정에는 업무추진비 내역을 볼 권한이 없다. 하지만 심 의원 측은 ‘시스템 오류’ 때문에 자료를 구했다고 밝혔다. 자료검색 시 ‘데이터 없음’이란 창이 뜰 경우 뒤로가기 버튼을 2, 3회 누르면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에 접근할 수 있는 오류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기재부 측도 ‘비정상적 접근방식’이 있었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기재부 측은 “취득한 비인가 자료는 단순히 클릭 한두 번이 아니라 5단계 이상의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며 이 과정에서 불법성을 인지할 충분한 기회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전문가들도 의견이 나뉜다. 법무법인 이경 최진녕 변호사는 “계정을 발급받은 상태에서 시스템 오류로 취득한 건 명백한 고의성이 없는 것으로 전자정부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권헌영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해킹 범죄는 부여받은 권한을 초과해 정보에 접근해도 구성이 된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심재철 의원 청와대 업무추진비 내역 공개 보도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심재철 의원 청와대 업무추진비 내역 공개 보도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업무추진비 사용 내용이 기밀인지도 쟁점이다. 기재부는 심 의원을 고발하면서 “비인가 취득정보가 제 3자에게 유출되거나 공개될 경우 국가 안위 등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심 의원 측은 “국방부나 국정원 등의 민감한 정보는 재정분석시스템에 공개돼 있지도 않다”며 “식당 등에서 사용한 업무추진비가 국가 안보에 직접적 연관이 있다는 기재부 측의 설명을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대한변호사협회 김현 회장은 “업무추진비는 투명하게 공개하는 쪽으로 가는 게 사회 변화 방향”이라며 “법원에서도 업무추진비의 공개를 국가안보에 연결 짓기보다 공개를 통한 투명한 예산의 사용과 국민 알권리쪽에 더 무게를 둘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성대 이창원 행정학 교수는 “사용자의 동선 등이 구체적으로 노출되는 기초자료라면 기밀에 해당하지만 그 정도가 아니라면 기밀로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심 의원의 자료 공개 여부가 국회의원의 정당한 활동이 될지도 쟁점이다. 입수 과정에 불법 요소가 있더라도 심 의원이 행위가 국회의원 업무 수행 과정에서 정당하게 벌어졌다면 위법성 조각 사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심 의원을 직접 고발한 이유로 “정확한 사실이나 경위 등에 대한 확인 없이 대통령 비서실의 예산집행 내역을 공개했다”며 “불법적인 자료의 외부 유출 및 공개가 계속 반복돼 불가피하게 됐다”고 주장한다.

법무법인 민주 서정욱 변호사는 “심 의원을 공익제보자로 본다면, 공익을 위해 예산 자료를 유출한 것에 대해선 공익신고자 보호법 등에 따라 보호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전진한 알권리연구소 소장은 “심 의원의 경우 기재부의 공개 여부 평가 등의 과정을 정상적으로 밟지 않았기 때문에 공개가 정당화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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