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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자신의 긍정’을 얘기한 방탄소년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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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민경원 기자 중앙일보 기자
민경원 대중문화팀 기자

민경원 대중문화팀 기자

“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여러분 자신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한국 가수 최초로 미국 뉴욕 유엔본부 연단에 선 방탄소년단(BTS)은 이렇게 연설을 마무리했다. 24일(현지시간) 열린 이들의 연설은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의 새로운 어젠다 ‘제너레이션 언리미티드(Generation Unlimited·10~24세 청소년 투자 및 기회 확대 프로그램)’ 발표에 맞춰 마련됐다.

이날 방탄소년단이 들고나온 화두는 ‘스피크 유어셀프(Speak Yourself)’. 이는 지난해 9월부터 발표한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 시리즈 앨범과 11월 유니세프와 함께 시작한 ‘러브 마이셀프(LOVE MYSELF)’ 캠페인의 연장이다. “진정한 사랑은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캠페인 내용에서 한발 나아가 이날 연설에선 “자신에 대해 말하면서 여러분의 이름과 목소리를 찾자”고 했다.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정기 총회에 참석한 방탄소년단. RM이 대표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정기 총회에 참석한 방탄소년단. RM이 대표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멤버를 대표해 연설한 리더 RM(김남준·24)은 유창한 영어로 서울 근교 일산에서 태어나 어떻게 어린 시절을 보냈는지, 또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기 시작하며 성장을 멈춘 경험과 음악을 통해 자신을 되찾게 된 과정을 들려줬다.

이는 RM의 개인사인 동시에 방탄소년단의 성장사다. 이들은 각자의 경험담을 모아 “아홉 살 아니면 열 살 때쯤 내 심장은 멈췄지 가슴에 손을 얹고 말해봐 내 꿈은 뭐였지”(곡 ‘Intro: O!RUL8,2?’ 중에서) 등 노랫말의 모티브로 삼아왔다. 연설에서 강조한 “어느 나라 출신이든, 피부색이 어떻든, 성 정체성이 어떻든 여러분 자신에 대해 얘기해달라”는 메시지 역시 각자 고향 사투리로 랩을 선보인 곡 ‘어디에서 왔는지’와 궤를 같이한다.

이들의 노래와 연설이, 또 ‘러브 마이셀프’ 캠페인이 6개월 만에 모금액 12억원에 달할 정도로 호응을 얻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허한 외침 대신 자기 이야기를 통해 “스스로를 사랑하자”고 권하는 것이다.

이날 연설에서 방탄소년단은 빌보드 1위 같은 성과를 언급하는 대신 “어제 실수했더라도 어제의 나도 나이고, 오늘의 부족하고 실수하는 나도 나”라고 말했다. 그래야 “내일의 좀 더 현명해질 수 있는 나도 나”란 것이다. 어쩌면 이는 지금의 청춘에게 가장 필요한 얘기 같다. 현재의 자신을 긍정하는 것이야말로 ‘칠포세대’나 ‘흙수저’ 프레임에서 벗어나는 첫걸음일지 모른다. 중소기획사에서 시작해 “희망이 없다”는 소리를 듣던 방탄소년단이 찬란하게 피어난 것처럼 말이다.

민경원 대중문화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