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남북은 따로라는 생각이 달라졌다

중앙선데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602호 05면

[SPECIAL REPORT] 내가 본 북한

이에스더 통일부 대학생기자단. [연합뉴스]

이에스더 통일부 대학생기자단. [연합뉴스]

한국에서 21년을 살면서 통일을 바라고 공부해 왔지만 나에겐 늘 고민이 하나 있었다. 통일되더라도 남북이 한데 뒤섞여 살아가지 못하고 ‘구분’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너는 남한 사람, 너는 북한 사람 식으로 말이다. 어쩌면 서로를 차별하는 사회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남측 수행원, 북한 주민 구분법은 #태극기·김일성 배지 확인하는 것뿐 #문 대통령 연설에 환호할 때 울컥

다시 서울로 돌아온 지금, 내 생각은 많이 달라졌다. 3일 동안 수많은 북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식사하면서 점점 우리 중에 누가 북한 사람인지, 남한 사람인지 분간이 거의 안 될 정도였다. 남한에서 온 수행원과 북한 사람들이 함께 서 있을 때 그들을 구분하는 유일한 방법은 배지(북한은 김일성·김정일 배지, 남한은 태극기 배지)를 확인하는 방법뿐이었다.

김정숙 여사를 따라 김원균명칭 평양음악종합대학을 방문해 북한 대학생을 처음 만났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교복을 입고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우리 대학생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수줍은 미소를 띠고 안내를 도와주던 학생들의 표정,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기량을 선보인 학생들, 가장 기대했던 순간이었기에 그 모든 장면 하나하나가 마치 방금 전처럼 느껴진다. 이틀째 평양교원대학을 찾았을 때 북한 대학 역시 우리와 마찬가지로 정보화 교육을 강조하고 있었다. 같은 말로 수업을 듣고, 같은 말로 공부하고, 각자의 실력을 쌓기 위해 애쓰는 학생들의 모습에 ‘똑같은 사람이 살고 있구나’라는 동질감이 느껴졌다.

첫날 평양대극장에서 열린 삼지연관현악단의 환영 공연과 둘째 날 5·1경기장에서 열린 집단체조 공연은 우리는 하나이고 우리가 왜 하나여야 하는지를 새삼 느낄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우선 ‘빛나는 조국’을 주제로 진행된 집단체조 공연은 그 규모와 생전 처음 보는 공연 내용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백미는 공연 직후 있었던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과 평양 시민들의 반응이었다. “우리 민족은 함께 살아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연설에 10만 명이 넘는 평양 시민들은 일제히 환호했고, 문 대통령은 다음 연설을 쉽게 이어가지 못할 정도였다. 순간 울컥하는 기분이 들었다.

마지막 날 새벽, 평양을 떠나 삼지연공항으로 향했다. 민족의 영산인 백두산에 오르기 위해서였다. 백두산으로 가기 위해 차로 이동하는 길, 공항을 떠나 약 30㎞를 이동하는 내내 펼쳐진 믿을 수 없는 대자연의 풍광, 백두산 정상에 올라 바라본 천지는 모두를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쾌청한 날씨, 백두산을 온전히 담아낸 천지는 마치 백두산이 둘인 것처럼 보이게 했다. ‘백두에서 한라까지’와 ‘우리는 하나’, 그동안 우리가 잊고 지냈던 남북은 한민족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소중한 순간이었다. 북한과 북한 사람에 대한 편견을 덜어내고 ‘우리’로 바라볼 수 있게 됐다.

방북 기간, 보고 느꼈던 것들은 앞으로도 잊지 못할 것 같다. 막연히 통일을 바라며 그렸던 북녘의 모습을 직접 보고 돌아왔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내가 느꼈던 감동을 더 많은 남한 대학생들이 경험할 수 있게 된다면, 한데 뒤섞이지 못한 채 분리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편견을 걷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통일을 바라고 그렸던 70여 년의 세월, 이제는 하나의 겨레로 다시 만날 수 있게 될 것이다.

특별수행원=이에스더 통일부 대학생기자단
숙명여대 중어중문학과 3학년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