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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방북하면 진전된 비핵화 발언 듣게 될 것”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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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2호 04면

[SPECIAL REPORT]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인터뷰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21일 평양공동선언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21일 평양공동선언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21일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네 번째 방북이 이뤄지면 이번엔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분명 만나게 될 것이고, 비핵화와 관련된 진전된 발언을 직접 듣게 될 것”이라며 “(방북은) 24일 한·미 정상회담 이후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김 위원장이 육성으로 문 대통령을 통해 폼페이오 장관의 조속한 방북을 희망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긴장완화 조치 진작 합의됐다면 #천안함·목함지뢰 사건 없었을 것 #연내 철도·도로 착공식 합의는 #비핵화 진전 강력한 의지 표현 #김정은 연내 서울 답방 기간 중 #종전선언 서명이 최상 시나리오

한·미 정상회담→폼페이오 장관의 네 번째 방북→동창리 미사일 엔진시험장 및 발사대 폐기→남·북·미 종전선언(서울 답방 및 2차 북·미 정상회담?)→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 착수 등 연말까지 숨 가쁘게 이어질 비핵화 선순환의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이는 정부가 그리고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이기도 하다. 다음은 이 전 장관과의 일문일답.

선언에 담긴 ‘상응 조치’는 역시 종전선언 채택이라고 봐야 하나.
“그렇게 본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 1기 임기 내(2021년 1월), 즉 2년4개월 내에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다. 또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종전선언이 평화체제 협상의 입구일 뿐이며 미국이 우려하는 한·미 동맹이나 주한미군 철수와는 무관한 정치적 선언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나는 북한이 더 강한 요구를 하지 않아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 정도면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북한이 종전선언을 하기 싫다고 해도 오히려 나서서 하도록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에 대해 미국에선 또 한번의 구두 약속일 뿐이라는 반응이 나오는데.
“김 위원장이 약속한 2년4개월의 비핵화 시한은 과거 북·미 협상의 역사를 보면 동결 또는 불능화 한 가지 의제만 놓고 협상하는 데도 충분히 걸리는 시간이다. 핵실험장이나 미사일실험장 폐기는 밀가루 수백만t을 줘도 못 했던 사안이다. 미국은 핵 의심 시설인 금창리 사찰을 하는데도 밀가루 50만t을 주지 않았나. 과거엔 영변 핵시설 폐기는 최종 단계의 목표였는데 지금 김 위원장은 이를 n분의 1로 보고 종전선언이 이뤄지면 당장 하겠다는 것이다. 내가 수십 년간 북핵과 씨름해 왔지만 이런 조치들은 김 위원장이 중국보다 더 경제적으로 발전된 나라를 만들기 위해 데탕트적 결단을 하지 않고선 불가능하다. 김 위원장이 과거와는 질적으로 다른 판을 걷고 있다는 점을 미국이 인정했으면 한다.”
정부는 공동선언에 담긴 남북 군사적 긴장완화 조치가 사실상의 남북 종전선언이라고 평가하는데.
“21세기 들어 남북이 전쟁 일보직전까지 갔던 위기 상황이 두 번 있었다. 첫 번째는 2010년 천안함·연평도 사건이고, 두 번째는 2015년 비무장지대(DMZ) 내 목함지뢰 사건이었다. 이번에 합의된 대로 서해상에서 군사훈련과 포사격이 중단됐고, DMZ 내에서 남북한 GP가 동시 철수됐다면 이 두 가지 사건은 원천적으로 일어날 수 없었다. 정부가 이번 선언을 통해 전쟁 자체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건 그런 의미라고 생각한다.”
유엔사(UNC)의 협조가 필요한 사항인데.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는 유엔사와 이미 합의된 것으로 알고 있다. DMZ 내 GP 철수는 그동안 남북이 정전협정을 위반했는데 이를 유엔사가 묵인해 온 것이다. 이제부턴 정전협정을 준수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 DMZ 내 공동 유해발굴의 경우 유엔사가 관여할 수 있는 사안인데, 발굴 장소인 ‘철의 삼각지역’은 한국전 당시 남·북·미·중 4개국 군인의 희생이 매우 컸던 격전지였다. 발굴할 경우 4개국 플러스 참전 유엔군의 유해가 많이 나올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 유해를 두고 ‘영웅이 돌아오고 있다’고 말한 상황에서 유엔사가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
일각에선 비핵화가 안 된 상황에서 한국의 대북 방어력이 약화했다는 비판도 나오는데.
“우리가 군사훈련 못하고 공중 정찰을 못하면 마찬가지로 북한도 못한다. 현대전에 있어 감시 전력이 매우 중요한데 우리 군과 주한미군의 장비와 기술 수준은 이미 북한을 압도하고 있다. 북한보다 우리가 더 멀리서 북한을 속속들이 들여다볼 전력을 갖추고 있다. 이번 합의로 훨씬 불안한 것은 우리가 아니라 북한군이다.”
대북제재 상황에서 연내 동·서해 철도 및 도로 연결 착공식 개최가 가능할까.
“철도·도로 연결을 곧바로 남북 경제협력과 연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미국의 부정적 반응 때문에 그동안 지연돼 오다 이번에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 메시지는 비핵화와 관련해 일정 정도 이상의 진전을 반드시 이뤄내고야 말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 표현이라고 본다.”
미국은 대북제재 완화는 비핵화의 최종 단계에서 가능하다는 입장인데.
“지금 비핵화가 일련의 과정(process)이라는 점을 남·북·미·중이 모두 인정하게 됐다. 비핵화 과정에서 그동안 중첩적으로 단행된 대북제재도 단계적으로 해제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종전선언과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 착수가 이뤄진다면 이후 제재 역시 역순으로 민생 분야의 제재부터 풀어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 재가동이 논의될 수 있다고 본다.”
김 위원장의 답방이 이뤄질까. 언제쯤 가능하다고 보나.
“문 대통령의 요구로 ‘가까운 시일 내’에서 ‘연내’로 문구가 바뀌었다. 답방은 공동선언 합의가 잘 지켜질 거라는 전제하에서 가능한 것이다. 완전한 비핵화를 촉진하기 위해 문 대통령이 일종의 보험을 든 것이다. 또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 기간에 남·북·미 종전선언을 성사시키겠다는 일종의 의지 표현이라고 본다.”

차세현 기자 cha.se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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