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삼성화재·삼성전기, 물산 지분 1조원 판다…순환출자고리 모두 해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삼성화재와 삼성전기가 보유하고 있던 삼성물산 지분 약 1조원 규모(3.98%)를 21일 전량 매각한다. 삼성화재는 삼성물산 주식 261만7297주(1.37%)를 3285억원에, 삼성전기는 500만주(2.61%)를 6425억원에 처분한다고 각각 20일 공시했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고리가 모두 해소된다. 순환출자 고리는 대기업이 그룹 안에서 A사가 B사의 지분을, B사가 C사의 지분을, C사가 A사의 지분을 보유하는 방식이다. 대주주는 A사의 지분만으로 연결된 계열사 전체를 지배할 수 있다.

그간 삼성은 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SDI·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전기 등 6개 계열사가 얽힌 7개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했다. 정부가 ‘재벌 개혁’을 내세우며 순환출자 고리 해소에 대한 압박을 가하자 지난 4월 삼성SDI가 삼성물산 주식 404만주를 전량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해 3개 순환출자 고리를 끊었다.

이번 삼성화재와 삼성전기의 보유 지분이 모두 팔리면 나머지 4개 고리가 모두 정리된다. 재계에선 삼성화재와 삼성전기의 지분을 삼성물산이 사들일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모두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로 시장에 내놨다. 앞서 삼성SDI도 물산 주식을 블록딜로 처분했다.
재계에서는 삼성이 이번에 순환출자 고리를 모두 없앴다는 데 의미를 둔다. 대기업 순환출자 해소는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대선 공약 중 하나다. 순환출자 고리 해소가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 대주주 일가의 지배력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 대주주 일가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물산 지분은 33%다. 이번에 처분하는 삼성전기와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3.98%가 없어도 지배구조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는 것이다.

순환출자 고리는 해소됐지만, 국회에 계류된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대한 법률’(금산법) 개정안 문제가 아직 남아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금융사가 같은 금융사 외에 다른 기업 지분 10% 이상을 소유할 수 없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제조업인 삼성전자의 지분을 10% 이상 소유할 수 없지만, 현재 보유 지분은 10%가 넘는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지주사를 만들기도 어려운 상황이고, 금산분리에 보험법까지 걸려 있어 지배구조 개편 의지가 있어도 선택지를 고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