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설득용 비공개 구두합의 있었나 … 정의용 “공동선언 내용 외에 논의 많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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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중 ‘도보다리 대화’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풍계리 핵실험장을 5월 중 폐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내용은 판문점 선언에 담기지는 않았다. ‘구두 합의’였기 때문이다. 정상회담 이틀 뒤 청와대의 발표로 이런 내용의 대화가 두 정상 사이에 오갔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6·12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김 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동창리 미사일 실험장 폐기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언급했다. 이 내용도 합의문에는 담기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당일 기자회견에서 밝혀 공개됐다.

핵시설 신고 등 언급됐을 가능성

19일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서도 앞선 남북, 북·미 정상회담 때처럼 김정은이 문 대통령에게 ‘깜짝 선물’을 구두로 언급했을 가능성이 있다. 평양공동선언 직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공동선언 내용 이외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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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정상 간 구두로 합의된 내용은 한·미 정상이 북한의 비핵화를 두고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지렛대로 활용될 ‘초기 비핵화 조치’ 등의 내용일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이 ‘중재자’인 문 대통령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하고 싶은 내용이 구두로 언급되지 않았겠느냐는 관측이다. 예컨대 미국이 원하는 핵시설과 핵물질, 핵 프로그램의 신고 등에 관한 내용이 언급될 수 있는 소재들이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에서 정상회담을 갖는다. 정 실장도 ‘공동선언 외 논의 내용’에 대해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미 비핵화 협상이 좀 더 속도를 낼 수 있는 방안들에 관해 심도 있는 논의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비핵화를 통해 남한이나 미국으로부터 얻고 싶은 내용도 문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오갔을 수 있다. ‘비핵화의 상응 조치’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정 실장이 “종전선언을 포함한 여러 가지 방안들이 검토될 수 있다”고 답한 것을 볼 때 구체적인 종전선언 방식에 대한 대화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또 현재 대북제재 때문에 공식적으로 발표할 수 없는 남북 경제협력 방안도 언급됐을 것으로 보인다.

평양=공동취재단,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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