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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 큰 진전 없고 남북관계는 과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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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평양선언] 미국 전문가 반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폴란드 대통령과 합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4일 뉴욕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폴란드 대통령과 합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4일 뉴욕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EPA=연합뉴스]

‘9월 평양공동선언’에 대해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신중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대부분 “회담의 핵심이었던 ‘비핵화’에선 성과가 없었다”는 평가를 내렸다. 중앙일보가 평양공동선언이 나온 직후인 19일 8명의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다.

“미국이 원하는 건 모든 핵리스트 #경협 발표, 안보리 제재 위반 소지 #화염·분노의 시대 넘어선 건 성과”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남북한 협력에는 상당한 진전이 있었지만 비핵화에선 큰 진전이 없었다”며 “북한은 또 한번 ‘핵 신고, 외부 검증 수용, 핵 불능화 일정 제시’를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북한이) 영변과 서해(동창리)에서 양보 카드를 제시한 것은 결국 앞으로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는 중단하겠지만 (핵)무기는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해석했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남북 간 관계개선이 너무 앞서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미국의 상응조치 시 영변 핵시설 폐기’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미국은 당초부터 영변에 국한된 사찰을 원하지 않는다. 모든 핵시설과 핵물질에 대한 검증이 가능한 ‘리스트’를 원했지만 얻을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한반도 군사전문가인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핵 프로그램 해체를 위한 실질적인 행동을 찾아볼 수 없다”며 “미국은 이제 ‘냉각탑 폭파’ 같은 상징적 조치를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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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계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문 대통령은 평양의 ‘유혹의 말’에 굴복했다”고 꼬집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연구원은 “남북이 발표한 경제계획들이 유엔 대북제재에 위배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은 예측하기 힘들지만 협상 실무팀은 이번 회담 결과만으로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하지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 외에도 “종전선언은 다음주에라도 할 수 있지만 (확실한 비핵화가 없다면) 미국에선 이를 정치적 연극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할 것이다”(패트릭 크로닌 미 신안보센터 아태안보 소장), “비핵화 협상이 다시 미국의 몫으로 돌아온 만큼 문 대통령이 북·미 대화를 다시 트랙에 올려놨다고도 볼 수 있다”(정 박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라는 의견도 있었다.

한편 해리 카자니스 미 국가이익센터 소장은 “3차 남북 정상회담은 성공적”이라며 “김 위원장이 실제 약속을 지키는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이번 남북 간 합의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하기 위해 워싱턴이 찾고 있던 사인(sign)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회담의 가장 중요한 결과는 누가 무엇을 양보했느냐가 아니라 남북이 ‘화염과 분노’의 시대로 돌아가지 않게 됐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일단은 긍정적 반응=트럼프 대통령은 남북 공동선언 직후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이 핵사찰을 허용하고 국제 전문가들 참관하에 (미사일)실험장과 발사대를 영구적으로 해체하기로 합의했다. 미군 유해(hero remains)는 계속해 고향(미국)으로 돌아오고 있다. 또한 북한과 한국은 2032년 올림픽 공동개최안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했다. 매우 흥미롭다(very exciting)”는 반응을 보였다. 다시 몇 시간 후엔 “북한이 비핵화를 재약속한다. 우리는 먼 길을 걸어 왔다”고 썼다.

하지만 향후 북·미 협상이 순로롭게 진행돼 비핵화가 진전될지를 낙관하긴 어렵다. 트럼프가 쓴 “그동안 로켓이나 핵실험은 없을 것이다” 등의 문구는 북·미 정상회담 이후 자신의 치적을 강조하기 위해 늘 해왔던 말이다. 다분히 11월 미 중간선거를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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