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아나운서들 「본부 독립」 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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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KBS 아나운서들이 현재 라디오 본부에 속해 있는 아나운서실의 독립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방송을 거부하겠다는 강경 입장을 밝혔다.
KBS 아나운서협회(회장 조춘제)는 27일 성명을 통해 『회사의 무원칙하고 상식에 벗어난 인사관행과 아나운서에 대한 차별대우는 근본적으로 잘못돼 있는 회사의 조직과 역대 사장을 비롯한 경영층의 비뚤어진 시각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편파 인사 및 인사적체 시정 ▲아나운서실의 독립 및 본부로의 승격 등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내년 1월16일 낮12시를 기해 전면 방송 거부에 돌입하고 이후에도 회사측의 분명한 조치가 없을 경우에는 1월23일을 기해 일괄 사직키로 했다. 조회장은 아나운서들에 대한 차별정책은 80년7월 이원홍씨가 사장으로 부임한 이후 시작돼 한때는 아나운서실이 1개부로 격하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같이 불합리한 인사정책으로 인해 3개 채널을 가지고 있는 MBC에 56명의 아나운서가 있는데 반해 10개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KBS는 76명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조회장은 또 뉴스·토크쇼·오락프로그램 등의 진행자도 국민언어순화·경비절감을 위해 대부분 아나운서로 교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회장은 이날 서영훈 사장을 만나 이 같은 요구사항을 전달했는데 서사장은 잘못된 점을 인정하고 시정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영효 라디오 본부장도 『아나운서들의 인사적체는 사실이며 아나운서실이 라디오 본부에서 독립해야 한다는데도 동감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기자·리포터·연예인 등이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 언어 순화적인 측면에서 문제가 많다』며 『예산절약과 언어순화를 위해 프로그램 개편 등 계기가 있으면 이들을 아나운서들로 점차 교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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