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히트 상품|원가절감·아이디어의 "승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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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원화절상 등 3고의 파고를 헤치고 무역규모 1천억 달러 시대의 새로운 지평을 연 우리업계는 올해도 온갖 아이디어를 총동원, 각종 제품을 시장에 내놓았다. 제품의 성능이 뛰어나면서도 공장자동화 등 원가절감에 성공,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해 빅히트를 한 상품이 있는가하면 다양해져 가는 현대인의 생활패턴에서 힌트를 얻어 히트한 상품도 있다. 88년을 화려하게 수놓았던 히트상품들을 소개한다.

<승용차 소나타>
현대자동차가 83년부터 3천억 원을 투자해 올 7월23일 첫선을 보인 야심작이다. 소나타는 시판 1개월만에 5천5백95대가 팔려 중형차 판매시장에서 42.2%라는 공전의 점유율을 보였다. 10월 말 현재 시장점유율은 57.3%.
승차감이 좋고 최첨단 장비가 장착된 승용차이지만 경쟁 차종인 대우의 로열 시리즈, 기아의 콩코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점이 크게 어필했다. 구입층은 주로 기업체 고급간부나 임원, 그리고 자영 사업자층.
소나타는 11월23일 7백27대가 미국에 처녀 수출되기도 했는데 이는 국산 중형차의 해외시장 진출이라는 데서 의의도 크다.
내년도 생산·판매목표는 10만대.

<휴대용 워드프로세서 르모ⅱ>
대우전자가 88년1월 첫선을 보인 휴대용 전자타자기 르모Ⅱ(모델명 CWP-3030)는 국내 최대인 40자×7행의 액정화면을 갖추고 한글·영문·한자는 물론 일어·독어·불어 등 6개 국어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
또 프린터·키보드·기억장치가 본체에 내장된 일체형으로 초보자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
11월말 현재 1만여 대가 팔려 65%의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내년도에는 1만5천대를 판매할 계획. 현재 교수·작가·언론인 등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가격은 1백10만원.

<사리곰탕면>
시간에 쫓기는 학생·직장인들이 아침을 종종 거르는 사실에 착안해 히트한 제품. 「아침식사대용 라면」이란 캐치프레이즈가 이들에게 어필했다.
지난 2월 시판된 이래 월평균 12억여 원 어치씩 판매돼 10월 말까지 약 1백10억 원의 매상을 올렸다. 2백원 면의 시장점유율은 10.3%. 89년에는 올해 대비 15%의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경쟁제품은 야쿠르트의 설렁탕면(3백원)과 빙그레의 곰탕면(2백원).

<해외여행 정기적금>
해외여행 자유화의 폭이 확대되고 우리생활에도 여유가 생기자, 해외여행객이 부쩍 늘었고 이에 비례해 히트한 금융상품이다.
조흥은행이 지난해 11월 「골든팩 세계여행 정기적금」이란 이름으로 첫선을 보였고 현재는 서울신탁은행·신한은행 등 10여개 은행이 취급하고 있다. 조흥은행의 경우 가입자가 11월말 현재 5만4백31구좌를 기록했고 총 계약액은 2천억 원에 육박하고 있다. 계약기간은 1년∼3년이며 계약기간의 6분의1만 납입하면 5백만 원 한도 내에서 대출이 가능하다.

<카파이온 도금시계>
시계업계의 선두주자 삼성시계가 올 3월 첫선을 보인 이온도금(IP)시계로 스위스·일본 등 시계공업 선진국에서 사용하고 있는 첨단 도금기술을 이용한 시계.
일반도금보다 강도가 10배나 높고 흠집이 발생하지 않는 등 품질이 우수한 것이 장점.
젊은층이 시계의 컬러와 차별화를 원하고 있는 점에 착안, 검정·금장·브라운·회색 등 다양한 색상을 선보이고 있어 젊은층에 인기가 높다.
10월말까지 13만 개를 생산, 23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내년도엔 카파브랜드 뿐 아니라 세이코·돌체 등에도 이온도금을 확대, 1백만 개를 생산할 계획.

<대머리 치료제 볼두민>
약2백만 명으로 추정되는 대머리들에게 올해는 중국제 「101 모발재생정」으로 들뜬 한해였다. 그러나 워낙 희귀품인데다 값도 부르는 게 값일 정도여서 그림의 떡이었다. 이 틈을 비집고 히트한 발모제가 중외제약의 볼두민.
80년부터 7년여 연구 끝에 지난해 5월 개발된 볼두민은 올 8월에는 미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도 받았다.
세브란스병원 등 5개 의대병원에서 임상실험결과 원형탈모증에 70∼80%의 유효율을 나타냈다. 1개월분이 1만6천5백 원으로 11월말 현재 11억 원을 판매, 40%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구매층은 40대 이후가 많으나 최근엔 20대 후반까지 이르는 등 광범위하다. <유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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