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다정한 연인처럼” 김정은 “발걸음 더 빨라질 것”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8일 오전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해 전용기 트랩 아래까지 마중 나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내외와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는 ’김 위원장 내외의 공항 영접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외국 정상회담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환대“라고 밝혔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8일 오후 평양 노동당 본부청사에서 연 정상회담은 예상보다 30분 더 길어져 두 시간 동안 진행됐다. 정부 당국자는 “어지간한 문제는 사전에 조율됐지만 정상 간에 시간을 두고 결심해야 할 사안이 있다”고 전했다.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귀띔하면서다. 이는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평양에서의 첫날 담판에서 북·미 대화 재개를 통한 북한의 비핵화 진전 방안과 남북 간 군사적 충돌과 전쟁 재발 방지를 위한 협의를 진행했음을 뜻한다. 이 두 가지는 문 대통령이 앞서 청와대 참모들과 진행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번 회담에서 집중하겠다고 밝혔던 핵심 의제다. 하지만 미국이 납득할 만한 구체적인 비핵화 합의를 이뤄냈는지는 미지수다.

30분 늘어난 2시간 회담 뒤 만찬 #문 대통령 “이젠 결실 맺을 때” #김정은 “민족 위해 더 많은 일해야”

이날 오후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부인 이설주 여사(오른쪽 사진 왼쪽부터)가 목란관에서 열린 만찬에서 건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회담 이후 김 위원장은 만찬사에서 “남모르는 고충을 이겨내며 이러한 새 시대를 열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인 문재인 대통령께 심심한 사의를 표한다”며 “우리는 앞으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용기를 갖게 됐고, 역사와 민족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는 무거운 사명을 더욱 절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전진 도상에는 여전히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고, 역풍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문 대통령과의 뜻깊은 상봉이 북남 관계의 획기적인 발전과 평화번영을 지향해 나가는 우리의 전진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온 겨레에게 다시 한번 크나큰 신심과 기쁨을 안겨주는 역사적인 계기가 되리라 확신한다”고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또 ＂그동안 문 대통령과 쌓은 신뢰가 있기에 평화롭고 번영하는 조선반도의 미래를 열어가는 우리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나는 다정한 연인처럼 함께 손잡고 군사분계선을 넘어가고 넘어왔던 사이”라며 친분을 과시했다. 그러면서 만찬장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 정착도 중요한 의제”라며 비핵화를 공개 거론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판문점의 봄이 평양의 가을로, 이제는 정말 결실을 맺을 때다. 우리 사이에 신뢰와 우정이 가득차 있기 때문에 잘될 것”이라며 “새로운 시대를 열고자 하는 김 위원장의 결단에 사의를 표한다”고 답했다. 김 위원장이 비핵화에서 더 움직여 달라는 주문이었다.

남북은 군사적 충돌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비무장지대의 병력 시범 철수(GP 철수) 등에 대해선 의견 접근을 이뤘다고 한다. 또 양 정상은 4·27 판문점 선언의 순조로운 이행을 위해 노력하는 데선 생각이 같다고 한다. 판문점 선언의 합의사항인 종전선언의 이행과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 문제 해결에도 이견이 없다는 게 당국자의 설명이다. 단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와 관련해 고위 당국자는 “(합의문에) 남북이 첨예하게 이견을 보이고 있는 NLL 문제를 꺼내 논란을 증폭시킬 필요가 있겠느냐. 논란을 반복할 필요가 없다”고 밝혀 합의문에서 이 내용이 제외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날 김 위원장은 입술에 침을 바르거나, 회담을 마치고 회담장을 나올 때는 안경을 벗은 채 다소 얼굴이 상기된 모습도 보였다. 김 위원장은 현관까지 나와 악수한 뒤 문 대통령과 헤어졌다. 문 대통령은 앞서 회담을 위해 노동당 본청에 도착해선 ‘평화와 번영으로 겨레의 마음은 하나! 2018년 9월 18일 대한민국 대통령 문재인’이라고 방명록에 썼다.

평양=공동취재단,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