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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최태원 맞은 북측 “우리가 기업인 꼭 오시라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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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이 18일 오후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북한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이용남 북한 내각부총리(왼쪽)와 인사하고 있다. 이날 면담에 참석한 경제인 사절단은 북한 관계자들과 남북한 경제협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오른쪽 둘째부터 구광모 LG·최태원 SK 회장. [평양사진공동취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이 18일 오후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북한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이용남 북한 내각부총리(왼쪽)와 인사하고 있다. 이날 면담에 참석한 경제인 사절단은 북한 관계자들과 남북한 경제협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오른쪽 둘째부터 구광모 LG·최태원 SK 회장. [평양사진공동취단]

18일 남북 두 정상이 회담하는 동안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그룹 총수·대표와 주요 경제인들은 이용남(58) 북한 내각부총리를 따로 만났다. 대기업 총수들이 평양에서 북한 경제개발 실무책임자를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부총리는 장관급인 무역상, 대외경제상 등을 지낸 대표적인 ‘경제통’으로 북한 경제정책 실세로 알려진 인물이다. 이날 면담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다. 다음은 주요 면담 내용.

이재용 “와보니 한민족이란 느낌” #북 부총리 “통일에도 유명인 되길” #최태원 “11년 만에 오니 많이 발전” #청와대는 “재계 방북 요청 없었다”

▶김현철 대통령 경제보좌관=“공항에 도착해 제일 인상 깊게 느꼈던 것은 ‘자주통일’뿐 아니라 ‘평화번영’이라는 구호가 많이 있었다는 겁니다.”

▶이용남 내각 부총리=“경애하는 김정은 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선언한 판문점(선언) 제목을 보십시오. 조선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입니다.”

▶김 보좌관=“남측에서 최고의 경제인들이 오셨습니다. 시간이 되시면 한 분씩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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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총리=“좌우지간 시간은 많지 않지만 간단하게 소개해 주십시오.”(웃음)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은 자신을 “IT 쪽이고, 단말기 게임 회사에서 일한다”고 소개하자 이 부총리가 “새 시대 사람이로구만”이라고 말해 좌중을 웃게 했다. 이어 4대 그룹 총수·대표들의 소개가 있었다.

▶이재용 부회장=“평양역 건너편에 새로 지은 건물에 ‘과학중심 인재중심’이라고 쓰인 것을 봤습니다. 삼성의 기본 경영철학이 ‘기술중심 인재중심’입니다. 평양 첫 방문이라 마음에 벽이 있었는데 이렇게 와서 보고 경험하니 ‘이게 한민족이구나’란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부총리=“우리 이재용 선생은 보니까 여러 가지 측면에서 아주 유명한 인물이던데(일동 웃음).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해서도 유명한 인물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이 부회장=“(웃으며) 알겠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07년에 왔었는데 11년 만에 오니 많은 발전이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남북관계가 안 좋으면 늘 마음이 아팠다. 빨리 다시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하자 이용남 부총리는 “현정은 회장 일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오영식 한국철도공사 사장이 “철도공사 사장이 기차를 타고 와야 하는데…”라고 하자 웃음이 터져나왔다. 이 부총리도 “북남관계 중에서 철도협력이 제일 중요하고 제일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앞으로 1년에 몇 번씩 와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선 남북 경제협력도 주요 관심사다. 북한은 이미 핵·경제 병진노선을 폐기하고 경제발전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룹 총수들이 북한에 동행하게 된 과정에 대해서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남북관계의 장래를 위해 경제인들의 이번 수행단 참여가 필요하다고 봤다. 이전 정상회담 때도 경제인들이 함께 방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측의 요청이 있었다는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전적으로 우리 정부에서 결정한 사안”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날 남측 경제인과 이용남 부총리의 회동에서 북한 측 관계자는 경제인들과 악수하며 “우리가 꼭 오시라고 남측에 말씀드렸습니다”고 말했다.

한편 이재용 부회장은 이날 공군 1호기 내에서 김현철 대통령 경제보좌관에게 다가가 대화하는 장면을 연출해 눈길을 끌었다. 둘은 비슷한 시기(1994~96년) 일본 게이오대에서 유학했다. 김 보좌관은 2002년 일본에서 귀국한 뒤 7년간 삼성전자 자문교수를 한 적도 있다.

평양=공동취재단,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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