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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시 타격 대상인 북한 심장부 … 노동당 본청 남측 언론에 첫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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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8일 오후 첫 정상회담을 한 평양의 노동당 본부청사(본청)는 북한 체제의 심장부다.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 위원장의 집무실이 있고, 당 우위 국가인 북한의 주요 정책이 이곳에서 결정된다. 전쟁이 벌어질 경우 한·미 당국이 타격 대상으로 꼽은 곳이기도 하다. 과거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이곳에서 북한을 움직였다. 김 주석이 현재 금수산태양궁전으로 불리는 주석궁으로 자신의 집무공간을 옮긴 뒤 김정일 위원장이 본청을 물려받았고, 2011년 그가 사망한 뒤엔 김정은 위원장이 쓰고 있다.

“정상국가 자신감 표현일 수도”

북한은 본청 로비 등을 최근 리모델링한 것으로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본청은 조직지도부를 비롯해 선전선동부, 군수공업부 등 핵심 부서들이 독립청사 형태로 둘러싸고 있다. 김 위원장이 거처로 사용하는 사저도 이들 노동당 단지 내에 있으며 본청에서 200m가량 떨어진 곳에 있다. 그래서 그동안 본청은 민간인 출입금지이자 성역으로 여겨졌다. 그런 심장부를 북한이 이날 문 대통령에게 개방한 게 된다. 김 위원장이 남측 인사를 2층으로 안내한 것이나 본청을 남측 언론에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이날 정상회담 30분을 앞두고서야 회담 장소를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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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평양에서 세 번째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지만 노동당 청사에서 회담을 갖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2000년과 2007년 남북 정상회담은 모두 북한의 영빈관인 백화원초대소에서 열렸다. 당시 김정일 위원장이 한국 대통령이 묵는 영빈관을 찾아와 만나는 형태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상회담을 남측의 청와대 격인 본청에서, 환영 만찬은 청와대 부속건물 격인 목란관에서 진행했다.

김 위원장은 올해 들어 본청에 한국과 미국의 특사단을 들였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월 5일과 지난 5일 문 대통령의 특사로 방북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일행을 본청에서 만났다. 지난 5월 9일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이곳에서 만났다. 전현준 한반도평화포럼 부이사장은 “대부분의 국가 지도자는 자신의 집무실 건물에서 정상회담을 한다”며 “본청 공개는 정상 국가로 나아가겠다는 김 위원장의 의지와 자신감의 표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평양=공동취재단,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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