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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차! 착오송금...내년부터는 쉽게 돌려받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착오송금된 거액을 둘러싸고 빚어진 소동을 그린 영화 -돈을 갖고 튀어라-의 포스터

착오송금된 거액을 둘러싸고 빚어진 소동을 그린 영화 -돈을 갖고 튀어라-의 포스터

해상화물 운송중개업체 직원 김모씨는 지난달 화물운송비 송금을 위해 거래처로 180여만원을 송금했다. 그런데 송금을 다 마친 뒤에야 실수로 돈을 다른 업체로 송금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 업체는 이미 거래가 끊긴 지 오래된 곳이었다. 김씨는 서둘러 이 업체에 반환 가능 여부를 타진했지만, 이 업체는 이미 사실상 해산됐고 예금계좌만 살아있던 상황이었다. 설상가상으로 그 업체 대표자는 연락 두절 상태였다. 김씨는 현재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현재 착오송금, 수취인 반환 거부시 못 돌려받아 #송금인이 소송 제기해 승소해야...미반환율 50% 달해 #예보가 송금액 먼저 주고, 소송 통해 돌려받는 방안 추진 #다만 1년 이내 발생한 5만~1000만원 착오송금에 한정 #지급액도 송금액의 80%로 제한

금융위원회는 김씨와 같은 착오송금자들이 송금액을 쉽게 돌려받을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18일 밝혔다. 예금보험공사가 먼저 송금인에게 송금액을 내준 뒤 수취인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시행 예정 시점은 내년 상반기다.

현재 착오송금은 수취인이 반환을 거부하거나 수취인과 연락이 닿지 않을 경우 돌려받을 수가 없다. 이 경우 송금인은 수취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해야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쉽지 않은 수순이다.

이 때문에 착오송금인의 절반 정도는 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위가 2013~2017년까지의 5년 동안의 사례를 조사한 결과 은행권의 착오송금과 관련해 반환청구가 이뤄진 건수가 연평균 7만779건인데 이 중 53%에 이르는 3만8050건은 돈을 돌려받지 못했다. 금액 기준으로도 연평균 1925억원의 반환청구가 이뤄지는데 이 중 미반환액이 절반에 가까운 881억원에 달했다. 지난해의 경우 미반환액이 1115억원에 달했다.

착오송금건수 및 송금액

착오송금건수 및 송금액

이와 관련해 금융위는 수취인 거부로 반환되지 않은 착오송금 관련 채권을 예금보험공사가 매입하는 형태로 송금인에게 조기에 돌려주기로 했다. 대신 예보는 수취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착오송금액을 회수하기로 했다. 쉽게 말해 그동안 송금자가 수행해야 했던 소송 작업을 예보가 대신 수행한다는 뜻이다.

다만 대상은 착오 송금일로부터 1년 이내의 송금금액 기준 5만원~1000만원으로 한정했다. 소송비용 등을 고려할 때 송금인이 직접 대응하기 곤란한 비교적 소액 송금 중심으로 구제사업을 추진한다는 게 금융위의 설명이었다. 금융위는 이렇게 해도 연간 착오송금 발생 건수 대비 82%, 금액 대비 34%가 구제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위는 추후 사업성과 등을 봐가며 구제 대상 확대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착오송금 구제 개요도

착오송금 구제 개요도

또 착오송금인의 책임도 있는 만큼 예보가 송금인에 먼저 돌려주는 돈은 송금액의 80%로 제한하기로 했다. 역시 추후 사업성과에 따라 비율을 상향 조정할 수도 있다고 금융위는 설명했다.

착오송금 구제가 가능한 금융사는 은행, 증권사, 저축은행, 우체국, 새마을금고, 단위 농협ㆍ수협ㆍ산림조합 등 CD/ATM 공동망이나 타행환공동망(창구거래), 전자금융공동망 중 어느 하나에 참여하고 있는 금융사다.

금융위는 예금보험공사법 개정을 통해 예보 업무 범위에 착오송금피해 구제업무를 추가하고 구제계정의 설치, 운영 등에 대해 규율하기로 했다. 신속한 사업 진행을 위해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의원입법 형태로 예보법 개정안을 발의해 조속한 국회 통과를 추진하기로 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앞으로도 착오송금처럼 국민이 날마다의 ’삶’을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작지만, 꼭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찾아내서 실질적으로 바꿔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진석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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