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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가서 AG 공동개최 공식 제안 … 접경지 통일특구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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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민선 7기 광역단체장에게 듣는다 

최문순 강원지사가 방북을 하루 앞둔 17일 집무실에서 강원도가 추진 중인 북한 관련 사업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이 지도엔 강원도 고성에서 북한 원산을 거쳐 러시아로 연결되는 철도길과 양양공항~원산 갈마·삼지연 공항을 잇는 하늘길, 속초·동해항~장전·원산·청진항을 잇는 바닷길 등이 표시돼 있다. [사진 강원도]

최문순 강원지사가 방북을 하루 앞둔 17일 집무실에서 강원도가 추진 중인 북한 관련 사업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이 지도엔 강원도 고성에서 북한 원산을 거쳐 러시아로 연결되는 철도길과 양양공항~원산 갈마·삼지연 공항을 잇는 하늘길, 속초·동해항~장전·원산·청진항을 잇는 바닷길 등이 표시돼 있다. [사진 강원도]

“남북 간 스포츠 교류가 지금보다 더 활발해지면 남한 사람이 북한에 상주하는 일도 가능해질 수 있다.”

오늘 방북하는 최문순 강원도지사 #내년 10월 여는 원산 갈마관광지구 #하늘·바닷길 연결하면 북에도 유리 #6세까지 월 50만원 아동수당 지급 #연 4만 개 ‘어르신 일자리’ 만들 것

제3차 남북정상회담 수행원으로 18일 평양에 가는 최문순 강원지사는 “2021년 동계아시안게임을 남북이 공동으로 개최하자는 내용을 담은 공식 문서를 북측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스포츠 행사를 공동개최하면 조직위원회를 함께 구성해야 하고 남북한 양쪽 지역을 오가면서 경기도 해야 한다”며 “남북이 풀어야 할 핵심문제 중 하나가 분단 역사에 없었던 상주를 허락하느냐는 부분인데 스포츠 교류가 이 부분을 푸는 실마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 지사는 “남북 간 교류협력 환경이 조성되면서 앞으로 강원도가 평화 정착과 공동 번영을 위한 전진기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지사는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64.7% 득표율로 3선에 성공했다. 방북을 하루 앞둔 17일 강원도청 집무실에서 최 지사와 만나 강원도의 청사진을 들어봤다.

3차 남북정상회담 방북단에 포함됐다.
“접경지이자 분단의 도(道)인 강원도민의 희생과 평화에 대한 열망이 반영된 것 같다. 평창겨울올림픽에서 평화의 분위기가 시작됐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정상회담에서 통일경제특구 설치 이야기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통일경제특구는 오랫동안 검토해온 사안이다. 이뤄진다면 철원과 고성 지역이 중심이 될 것이다. 실현된다면 남북 관계  뿐 아니라 저성장 시대 인구절벽을 넘어 새 성장동력의 기회가 될 것이다. 이 지역에 남북의 정세에 영향을 받지 않고 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경제특구 설치에 앞서 철원 백마고지 등의 6·25 전사자 유해발굴, 지뢰 제거작업 등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고성군은 특히 금강산 관광 중단 후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이번 수행단에 포함된 것은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뜻이 어느 정도 반영된 것이 아니겠냐.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도 금강산 관광 재개는 필요하다. 하지만 무조건 서둘러서는 안된다. 빨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충실히 준비해야 한다.”
강원도는 북한으로 가는 육로와 하늘길, 바닷길 개설의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북측이 원산 갈마관광지구를 대대적으로 개발해 내년 10월에 개장한다. 호텔과 콘도 등 100여동이 들어설 예정이다. 많은 해외 관광객을 유치해야 하는데 현재 북한과 가장 가까운 곳이 남한이다. 양양~원산 갈마·삼지연 공항을 잇는 하늘길과, 속초·동해항~장전·원산·청진항을 잇는 바닷길이 뚫리면 북한에도 좋을 것이다.”
지난달 평양에서 열린 제4회 국제 유소년 축구대회에 이어 한 달 만에 또 평양을 방문한다. 남북 스포츠 교류 제안 계획은.
“평창겨울올림픽 1주년 기념행사가 내년 2월에 있다. 올림픽 때 감동을 줬던 여자 아이스하키팀을 초청해 외국팀과 친선경기를 할 계획인데 기회가 된다면 북한 체육상과 만나 선수뿐 아니라 많은 분이 와달라고 요청하겠다. 또 2021년에 열리는 동계아시안게임을 남북공동으로 유치하는 안을 제안했었다. 지난달에 구두로만 이야기했는데 이번에 문서를 가지고 정식으로 요청할 계획이다. 10월에 열리는 국제유소년 축구대회에 공연단을 파견하는 부분도 제안할 예정이다.”
접경지·폐광지역 등 경제적으로 낙후된 곳이 어느 지자체 보다 많다.
“강원도의 발전상태를 보면 영서 지역인 춘천과 원주는 인구 증가 등 발전궤도에 올랐고, 영동지역도 평창겨울올림픽을 계기로 발전 기틀을 마련한 상태다. 문제는 접경지역과 폐광지역이다. 현재 접경지역은 올림픽 사이트처럼 개선하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시설개선·문화공연 등을 통해 군 장병과 상생하고 관광객이 찾도록 바꾸는 사업이 진행 중이다. 폐광지역은 그동안 많은 시도를 했지만 번번이 실패해 아직 발전계획을 정확하게 만들지 못한 상황이다. 시장·군수, 강원랜드 등과 함께 폐광지역 이름을 바꾸는 것부터 시작해 발전 콘셉트를 세우겠다.”
교통 인프라도 부족하다.
"교통망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 동해선 철도와 춘천과 철원을 잇는 고속도로, 과거 북한과 연결됐던 화천·양구·인제의 국도를 복원할 계획이다. 도로 복원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행정 절차도 밟을 예정이다.”
강원도 역시 저출산, 고령화, 청년 일자리 문제가 심각하다.
"출산 시 72개월 동안 매월 50만원씩 아동수당을 지급할 계획이다. 이렇게 아동수당을 지급할 경우 1년 차에 250억원, 5년 차 이후부터는 매년 1250억원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 정도는 자체 재원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또 2020년이면 강원도의 노인 비율이 전체 인구의 20%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한다. 은퇴 후에도 원하는 일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연간 4만 개의 ‘어르신 일자리’ 만들고 청년 일자리 수당도 현재 월 30만원에서 2배인 60만원으로 인상해 최대 3개월간 지원할 방침이다.”

SNS로 도루묵 11억어치 완판 … 소탈한 ‘문순C’

최문순

최문순

◆최문순 지사=‘5m 지사’로 불린다. 누굴 보든지 5m 앞에서부터 인사를 하는 습관 때문에 붙은 별명이다.

2013년엔 동해안 어민들이 도루묵이 팔리지 않아 힘들어하자 최 지사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그물에서 도루묵을 거두는 사진을 올리고 판매 사원을 자처했다.

당시 강원도청 콜센터를 통해 11억2600만원어치의 도루묵이 완판됐다. 그때 붙은 별명이 ‘도루묵 지사’다. 지역 주민들은 이웃집 아저씨처럼 소탈한 그를 ‘토종감자’ ‘문순C’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춘천 출신인 최 지사는 춘천고와 강원대 영어교육과, 서울대 대학원(영문학 석사)을 졸업했다. 84년 MBC에 입사해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사장이 됐다. 2008년 민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거쳐 2011년 강원도지사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뒤 3선에 성공했다.

춘천=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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