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내외와 여야 대표들이 18일 광주 국립 5·18묘지에서 거행된 5·18 민주화운동 26주년 기념식에서 묵념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노 대통령, 권양숙 여사,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한화갑 민주당 대표, 문성현 민노당 대표. 광주=안성식 기자
최훈 기자
18일 정치권의 눈과 귀는 모두 광주로 모였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 26주년에 맞춰 여야 지도부는 이날 모두 광주에 집결했다. 충장로 일대는 5.31 선거운동의 시작을 알리는 첫 유세장이 됐다. 호남을 반전의 교두보로 삼으려는 여당과 근거지에서 생존을 모색하려는 민주당, 호남에서도 표를 만들려는 한나라당의 선거 전략이 광주에서 맞붙었다.
◆ 열린우리당, "민주개혁 세력 결집론"=열린우리당은 비장했다. 정동영 당의장과 조영택 광주시장 후보, 50여 명의 의원이 충장로를 돌았다. 정 의장 취임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의원 동원이다. 전날 전야제와 이날 광주를 찾은 여당 의원은 100여 명이나 된다.
정 의장은 "어머니와 같은 광주가 회초리를 때려 달라"며 몸을 낮췄다. 최근 당 소속 의원의 '5.18 군 투입은 질서 안정 목적'이라는 발언에 불쾌해 할 광주 민심을 달래려는 시도였다. 그러면서 정 의장은 "광주는 회초리를 때리다가도 우리당을 껴안을 것이고, 우리당은 못난 자식이 효도하는 마음으로 갚겠다"고 했다.
정 의장은 "우리당이 중심이 돼 민주개혁 세력을 하나로 결집하겠다"고 했다.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독식하면 대선도 불 보듯 뻔하다"며 한나라당 대항마는 여당밖에 없다고 강조한 것이다.
◆ 한나라당은 '정권 심판론'=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일행도 충장로에 모습을 드러냈다. 박 대표는 "이런 뜻 깊은 날 광주에서 선거운동을 시작하게 돼 의미가 크다"며 "국민통합과 지역화합으로 선진 조국을 이룩할 수 있도록 한나라당을 지지해 달라"고 호소했다. 또 "이 정권은 민생을 돌보지 않고 코드로 국민을 편 가르고 있다"며 "이번 선거에서 이 정권을 심판하지 않으면 우리나라에 미래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유세는 순탄치 않았다. 당초 전남도청 앞 '민주의 종각'에서 '전남도민께 드리는 글'을 낭독한 뒤 거리 유세를 시작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전남지역총학생회연합회(남총련) 학생 100여 명이 먼저 도착해 반(反)한나라당 집회를 열면서 시작부터 긴장감이 돌았다. 한나라당 측은 이들을 피해 충장로의 우체국 앞에서 잠시 박 대표의 연설을 들은 뒤 곧바로 상가 지역에서 행진에 들어갔지만, 뒤따라오던 학생들의 시위에 밀려 15분 만에 충장로를 떠나야 했다. 박 대표는 "실망하지 않는다"며 "그래도 또다시 광주를 찾겠다"고 말했다.
◆ 민주당은 '민주당 생존론'=호남을 잃으면 당이 공중분해된다고 우려하는 민주당은 '민주당 생존론'을 주장했다. 한화갑 대표는 박광태 광주시장 후보 등 호남 지역 후보자들과 소속 의원들이 대거 참석한 첫 공식 유세에서 "열린우리당은 없어지는 정당"이라고 했다. "서울에선 '노노'(NO NO) 열풍이, 광주에선 '민생열사'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며 "노노 열풍은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아니다'라는 뜻이고, 민생열사는 '민주당은 살고 열린우리당은 죽는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에 표를 찍어 봐야 한나라당만을 도와주는 것에 불과하다는 여당의 논리에 대해 선거 후 정계개편에서 살아남는 것은 민주당이라는 주장이다.
◆ 민노당의 '보수정당 심판론'=민주노동당의 문성현 대표 등 지도부는 전남대 앞 출정식에서 보수 정당 심판을 호소했다. "진보개혁 세력의 대표선수로 뽑아 달라"고 호소했다.
광주=이가영.남궁욱 기자 <cho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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