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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의 레츠 고 9988] 메르스 환자 휴대폰 위치 추적, 신용카드 조회하는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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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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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3년 만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지 6일째인 13일 인천공항 대한항공 정비 격납고에서 관계자들이 메르스 예방을 위해 두바이에서 도착한 항공기 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국내에서 3년 만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지 6일째인 13일 인천공항 대한항공 정비 격납고에서 관계자들이 메르스 예방을 위해 두바이에서 도착한 항공기 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같은 감염병이 발생하면 가장 중요한 게 감염자의 접촉자 파악과 감염 경로 추적이다. ‘감염병 수사관’으로 불리는 역학조사관 몫이다. 질병관리본부에 30명, 서울시에 5명 근무한다. 이상원 질병관리본부 위기대응총괄과장은 “역조관은 확진자 등의 진술에만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확인한다”고 말했다.

‘감염병 수사관’ 역조관 ICT 활용 #구두 진술 100% 신뢰 못해 #CCTV , 위치 추적으로 행적 파악 #중동 여행 이력도 병원서 자동 체크

A(61)씨는 8일 확진 직후 역조관에게 전달 입국하자마자 공항에서 삼성서울병원으로 바로 이동했다고 진술했다. 역조관은 진실 검증에 들어갔다. 우선 경찰의 협조를 얻어 휴대폰 위치 추적을 했다. 그의 신용카드 사용 내역도 추적했다. 공항 안의 다른 시설에 들르지 않았는지, 공항을 나선 뒤 다른 데 갔다가 병원에 가지 않았는지 등을 확인했다. A씨의 진술이 사실이었다.

CCTV 확인은 기본이다. A씨가 공항 게이트에서 택시를 탈 때까지, 병원에 도착해서 선별진료소로 들어갈 때까지 일거수일투족을 확인해서 언론에 공개했다. 공항 어느 지점에서 휠체어에 탔는지, 공항 내 이동 중 기침을 했는지, 2m 내에서 근접 접촉한 사람이 누구인지 CCTV에서 확인했다. A씨가 이용한 택시도 요주의 대상이었다. 처음에는 기사가 A씨를 내려준 뒤 “손님을 태우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질본은 택시 요금 카드 기록을 확인해 24회 승차 기록을 찾아냈고, 승객을 찾아서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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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를 활용한 역학조사는 2015년 메르스 때 일반화됐다. 당시 삼성서울병원·평택성모병원 등 메르스가 번진 병원의 엘리베이터·응급실·병실·복도 등 모든 CCTV를 뒤졌다.

신용카드 조회가 위력을 발휘할 때가 있다. 2016년 8월 콜레라가 15년 만에 재발했을 때 감염자가 동선을 대지 않아 신용카드를 조회해 그가 들른 식당을 알아냈다. 2015년 메르스 때 186명의 감염자 중 감염 경로를 파악하지 못한 환자가 2명에 불과했다. 국제 감염병 관련 전문가들이 한국의 이런 다양한 기법을 보고 혀를 내둘렀을 정도다.

병원에서도 실시간으로 체크된다. 밀접 접촉자나 간접 접촉자가 병원에 가면 ‘밀접(간접) 접촉자로서 발열을 동반한 기침, 호흡 곤란 등의 증세가 있으면 보건 당국에 신고해달라’는 경고창이 뜬다. 중동 여행에서 돌아온 지 14일 안 된 일반인도 마찬가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시스템 덕분에 가능하다. 출입국 기록과 연계돼 있다.

감염자나 의심자들이 진실을 숨기는 이유는 격리로 인해 생업에 지장을 받을 것을 우려해서다. 격리되면 정부에서 생활지원금이 나온다. 근로자는 지원금 대신 유급휴가를 받을 수도 있다. 기업이 유급휴가를 주되 그 비용을 정부에 청구하면 된다. 2015년 메르스 때 1만6000여 가구의 격리자에게 가구당 110만원(4인가구 기준)을 지급했다. 김기남 보건복지부 질병정책과장은 “이번에도 긴급 생계비 기준(4인가구 117만원)에 맞춰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대상자는 21가구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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