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중앙, 이종석 통일부장관 단독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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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관은 17일 발매된 '월간중앙' 6월호와 취임 100일 단독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장관은 한미동맹과 관련해 "대북문제에 있어서는 한미 양국이 불가피하게 이견을 보일 수도 있다"며 "다르다는 것을 겁내서는 안되며, 한미 양국이 서로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만 동맹관계도 더욱 공고화되고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세계 10대 경제대국의 위상을 가지고 있고 민주주의와 안보태세에서 상당한 성취를 이룬 만큼 그동안 가지고 있었던 대미 의존적 사고를 극복하고 호혜적이고 균형적인 동맹관계로 전환이 필요한 때"라고 소신을 밝혔다. 이어 "한미동맹은 우리에게만 이익이 되는 것이 아니라 미국에게도 이익이 된다는 사실을 미국 측도 정확히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미일동맹은 중국에 대한 견제의 의미를 내재하고 있는 만큼 미국이 중국과 대립을 통해 동북아 질서를 갈등과 대결관계로 끌어갈 때는 유용하겠지만, 반대로 중국과 협력을 바탕으로 동북아 질서를 주도하려 한다면 한미동맹이 미일동맹보다 더 유용하고 상위의 개념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장관은 지난 9일 몽골 국빈방문 중 노무현 대통령의 대북양보 발언에 대해 "(6자회담에 실망한 나머지) 오죽하면 그런 말씀을 하셨겠는가"라고 노 대통령의 심중을 짚은 뒤 "교착상태에 빠져있는 6자회담의 재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관계 해소를 위해 남북경협의 활성화 등을 통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려는 적극적 역할론과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6월 방북 문제와 관련, 이 장관은 "특사자격은 아니고 전임 대통령 자격으로 가시는 것"이라고 재차 못 박은 뒤, 항간에 떠도는 방북 뒷거래설에 대해서는 "북측이 세 번이나 초청했기 때문에 이루어진 것으로 어떠한 뒷거래도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이 장관은 "개성공단은 전략적 의미의 생산기지이자 실제 우리 기업의 이익을 실현시키는 곳"이라고 규정하고 "미국 내 보수 강경파는 개성공단의 다각적 순기능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많은 부분 왜곡된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그는 "2007년 말까지 개성공단 1단계 100만평 부지에서 지금의 10배 규모인 총 6만 ̄7만 명이 되는 엄청난 숫자의 북한 노동자들이 일하게 될 것"이라며 "그 때가 되면 북한 전역에서 노동력을 끌어다 쓰기 위해 북측과 협의하고 있고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도 했다.

이와 함께 그는 "사회주의 국가가 봉쇄로 인해 무너진 예가 없다는 사실은 지난 50년 간 쿠바의 예를 통해 미국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북한체제는 내핍과 긴축에 단련돼 있을 뿐 아니라 1,330km에 달하는 북중 국경이 트여있기 때문에 중국의 동의 없는 대북봉쇄는 불가능하고 또 성공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최근 대북 경제 봉쇄정책 움직임에 대한 분명한 반대 표시다.

최근 미국의 탈북자 망명 수용에 대해 그는 "그것이 북한 체제를 뒤흔들 만큼 큰 영향을 주는 요소는 아니며 미국이 북한의 근본적 체제변화를 목적으로 한 특별조치로 보기도 힘들다"고 덧붙였다.

이 장관은 NSC 사무차장으로 재직시 있었던 자주파, 동맹파 논란과 관련해서도 소회를 밝혔다. 그는 "나에 대한 부정적 보고들이 노 대통령께 몇 차례 올라갔지만 이와 관련해 대통령께 소명해 본 적은 없으며, 이는 대통령께서 모든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계셨기 때문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자신에 대해 일부에서 '권력의 화신'이라고 비난하는데 대해 "백 번을 양보해 그렇다고 한다면 정책을 가지고 권력을 잡은 것이 바로 나라고 해도 좋다"고 반박했다.

월간중앙 고성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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