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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아침] ‘마중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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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마중물’ - 윤성학(1971∼ )

참 어이없기도 해라

마중물, 마중물이라니요

마중물 : 펌프로 물을 퍼올릴 때, 물을 끌어올리기 위하여 먼저
윗구멍에 붓는 물

(문학박사 이기문 감수 『새국어사전』제4판, 두산동아)

물 한 바가지 부어서

열 길 물속

한 길 당신속까지 마중갔다가

함께 뒤섞이는 거래요

올라온 물과 섞이면

마중물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릴 텐데

그 한 바가지의 안타까움에까지

이름을 붙여주어야 했나요

철렁하기도 해라

참 어이없게도



시골을 낯설고 불편한 곳으로 여기는 십대들에게 ‘마중물’은 외국어에 가까울 것이다. 펌프도 사어(死語) 축에 끼리라. 우물과 상수도 사이에 ‘뽐뿌’가 있었다. ‘뽐뿌질’이 있었다. 그런데 사라진 말이 어디 한둘이랴. 창경(窓鏡)이라고 아시는가? 하루에도 몇 번씩 ‘윈도’를 여닫으면서도 창경은 처음일 터. 어른들께 여쭤보시라. 오래되지 않은 옛날이야기가 한 보따리는 나올 것이다.

<이문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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