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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석 “꽃할배 돼달라” 방북 또 요청 … 야당 “졸 취급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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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을 맞아 지난 10일 오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횃불야회가 열렸다. 횃불을 든 북한 청년들이 행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을 맞아 지난 10일 오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횃불야회가 열렸다. 횃불을 든 북한 청년들이 행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중차대한 민족사적 대의 앞에서 제발 당리당략을 거두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전날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남북 정상회담에 국회 의장단과 야당 대표 등을 초청했다가 단박에 거절당하면서 파장이 일자 야당의 협력을 재요청하는 맥락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번 평양 정상회담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다시 한번 큰걸음을 내딛는 결정적인 계기로 만들려면 국내에서도 초당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 실장, TV 이어 페북글 반발 사 #문 대통령 “당리당략은 거둬주길” #김병준은 한병도 방문 요청 거절 #손학규 “TV 초청 방식 예의 어긋나”

임종석 실장도 이날 페이스북에 야당 대표들의 전향적인 자세를 요청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언제부턴가 우리 정치에서 중진 정치가 사라지고 이젠 좀처럼 힘을 합하는 장면을 보기가 어렵다”며 “언론은 ‘올드보이들의 귀환’이라고 폄하했지만 어쩌면 후배들에게, 또 국민에게 (과거에 우리에게도 있었던) 새로운 정치문화를 보여줄지 모른다는 기대를 마음 한쪽에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우리 정치의 원로급 중진들인 정당 대표의 목표가 ‘권토중래’가 아니라 ‘희망의 근거’를 보여주는 것이었으면 한다. 이미 당리당략과 정쟁으로 어지러운 한국 정치에 ‘꽃할배’ 같은 신선함으로 우리에게 오셨으면 한다”고 적었다. ‘꽃할배’는 70~80대에 접어든 유명 탤런트들이 해외 배낭여행을 하면서 인기를 끈 케이블TV 예능 프로그램이다. 원로급 중진 야당 대표들이 정상회담 방북에 동행해 달라는 취지를 재차 전달한 것이다. 이날 한병도 정무수석은 야당을 설득하러 국회를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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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반발은 더 거세졌다.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한 수석 면담을 거절하고 예정됐던 경북 구미 방문을 진행했다. 김 위원장은 “(한병도 수석의 방문과 방북 초청의) 순서가 바뀌었으면 오히려 좋을 뻔했다”고 말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 “정당 대표가 왜 이렇게 졸(卒) 취급당하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아무리 제왕적 대통령제 국가라 하더라도 절차가 있는 법인데, 200명 규모의 수행단도 모자라 굳이 정치권을 끌어들이고자 하는 연유라도 제대로 알아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적었다.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사전조율 없는 게릴라식 정상회담 동행 요청이 청와대의 당리당략”이라고 반박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한 수석을 만나긴 했지만 첫인사는 “뭐하러 왔느냐”였다. 손 대표는 “한반도 평화와 이를 위한 비핵화를 적극 지지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은 보여주기식 회담이 아니다. 잔치하는 것은 아니다”며 “여야 화합을 보여주기 위해 국내 정치용으로 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앞서 손 대표는 임 실장의 ‘TV 초청’에 대해 “예의에 어긋나는 것이다. 언짢았다”고 비판했다.

결국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같이 가실 수 있는 분들과 같이 (평양에) 가서 국회 차원에서도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승현·윤성민 기자 s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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