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스타들이 본 한국스포츠의 오늘과 내일(3)복싱 오광수-김오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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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올 아마복싱은 「상처뿐인 영광」이란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만신창이가 됐다.
서울올림픽에서 금2·은1·동메달 1개의 빛나는 성과를 올렸으나 밴텀급 변정일의 판정항의 사건이 발발, 그동안 한국스포츠가 공들여 쌓아 올린 국제적 위상을 뿌리째 흔들어 놓는 파문을 야기시켰고 급기야 AIBA(국제 복싱연맹)로부터 한국대표팀코치 등 임원 5명이 2년간 국제대회출장금지 제재를 받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김승연 회장이 사퇴했고 김종하 대한체육회장도 사임하는 등 후유증이 심각하다.
서울올림픽은 한국복싱에 대해 재검토의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한국복서들의 대전스타일은 마치 술 취한 사람이 싸움을 하는 모습을 방불케 한다』는 LA타임스지의 지적은 다소 과장된 비방이기는 했지만 한국복싱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지적이라 하겠다.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한국복싱은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김광선(서울올림픽금메달) 오광수 등 올림픽출전선수 중 백현만을 제외한 11명이 은퇴하고 그동안 이들의 그늘에서 아쉬움과 원망의 칼을 갈았던 상비군 출신들이 한 맺힌 대표의 자리를 대부분 이어받게 됐다. 이제 아마복싱은 새로운 스타일의 새로운 선수들로 89년을 맞이하게 됐다.
그러나 새 대표선수들은 자신감에 넘쳐있다. 이들 중 라이트플라이급 김오곤(22·상무)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복싱입문 3년 동안 늘 오광수(26)의 그늘에 가려 스파링 파트너로 자족해야 했던 김오곤이 오의 은퇴로 공석이 된 대표자리를 기어코 탈환하고 말았다.
지난 5일 폐막된 국가대표선발전에서 두뇌복서 양석진(동아대)을 물리치고 대표로 선발된 김은 그동안 자신을 코치해온 선배 오광수에게 감사했다.
『축하한다. 그러나 이제부터 복싱을 새로 시작한다는 기분으로 더욱 열심히 기량을 연마해야 한다.』
『형, 고맙습니다. 참으로 기다렸던 대표가 됐으니 더 이상의 양보는 없을 것입니다. 이제 형이 내 스파링 파트너가 돼주셔야 겠습니다.』
지난 85년 복싱에 입문한 이후 86년부터 오의 스파링 파트너로 기량을 다져온 김은 이제 반대 입장이 됐다.
『파워나 지구력은 일품이다. 그러나 세계복싱의 추세가 점차 인파이팅에서 테크닉을 위주로 하는 아웃복싱으로 변모하고 있음에 비추어 더 높은 기량을 쌓아야한다』며 오는 김에게 충고를 아끼지 않는다. 복싱강국이란 전통의 계승 등 새 대표팀의 양어깨는 무겁기만 하다. 그러나 떠오르는 별들인 김 등과 같은 신예들의 비장한 각오 앞에 한국복싱의 앞날은 어둡지만은 않은 것 같다. <권오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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