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수다] 초등논술방-장발장 모의재판과 솔로몬의 재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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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일 장발장 모의재판의 판사라면 정상참작을 해 줄 것이다. 장발장은 형편이 어려워 음식을 먹지 못했기 때문에 빵을 훔쳤다. 장발장이 만약 가난하지 않았다면 빵을 훔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장발장의 형편을 이해하는 판결을 내릴 것이다.

①내 생각은 이렇지만 이 재판의 판사가 소크라테스였다면 장발장에게 엄벌을 내렸을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착하고 인정이 많지만 판결을 내릴 땐 냉정한 사람이었다. ②소크라테스는 '국가와 시민 사이에는 반드시 서로 지켜야 할 약속이 있네. 그것을 지키기로 동의했으면 반드시 지켜야 한다네'라고 했다.

③하지만 이런 이야기가 있다. ④'솔로몬의 재판'의 이야기인데 그 나라에도 어떤 가난한 거지가 빵을 훔쳤다. 그 거지도 재판을 받게 되었는데 그 판사가 바로 유명한 솔로몬 왕이었다. 솔로몬왕은 거지보다 그 마을 사람들에게 벌금을 내게 하였다. 그 이유는 마을 사람들은 거지의 형편을 알면서도 모른 척했고 도와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솔로몬왕은 그 벌금을 거지에게 주었다고 한다.

⑤나는 장발장이 훔치지 않고도 살 수 있게 해주기 위해 조그마한 직장에라도 취직할 수 있게 해줬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명한 사람이라면 모두에게 냉정한 판단을 내리면서 좋은 인정도 잃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 총평

내용은 참신 … 논술다운 문장력 더 길러야

사상과 종교의 자유를 누리다 사형선고를 받은 고대 그리스의 소크라테스. 요즘 시각으론 터무니없지만, 여하튼 그는 '악법도 법(6학년 도덕)'이라 했다. 고로 학생 주장대로, 소크라테스 판사는 '빵 도둑' 장발장에게 엄벌을 내렸을 성싶다.

그럼, 변은지 판사의 판결은? 정상참작! 근거는? '생계형 범죄'라는 것. 논거의 단순나열도 문제지만 너무 적은 것도 논증의 힘을 떨어뜨린다. 상습범이 아닌 초범, 반성의 기미 등 다른 (참신한) 논거가 아쉽다. 하나, 색다른 쟁점(법대로 vs 인지상정)으로 논지를 편 게 매력적이다. '솔로몬 재판과 장발장 재판'을 유비(유사성 비교)해 논지(법대로와 인지상정의 조화)를 편 건 빼어난 논리적 사고력이다. 은지처럼 글 (내용) 수준이 꽤 되면, 퇴고가 마지막 관문이다. 맞춤법, (논술)문장형식 등 작은 것이 완성도를 잰단 말이다.

'내 생각은 이렇지만'이란 투의 구술식 문장 ①은 서툰 표현이다. "하지만 소크라테스 판사는 엄벌을 내렸을 것이다" 라고 써야 한다. 문장②는 보기 글 속 문장을 날것으로 옮겨와 글만 길어졌다. "소크라테스는 '국가와 시민의 약속(법)'은 꼭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핵심만 요약해야 한다. 문장③ ④에서도 '이런 이야기, ~이라는 책에 있는 이야기'의 되풀이는 군살이다. "가난한 거지가 빵을 훔친 '솔로몬의 재판' 이야기가 있다"로 ③ ④를 이어야 매끄럽다. '나는 ~고 생각한다'는 문장 ⑤식 표현은 논술에서 쓰지 않는다. 일인칭 주어를 쓰지 않아도 쓰는 이의 주장이란 걸 알 수 있는 게 논술이다.

노만수 학림논술연구소 연구원

*** 다음 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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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주제='나무를 심은 사람'(장 지오노)이 황무지에 도토리를 심자, 숲이 생기고 사람들이 모여들어 채소밭을 일구네요. 글 <가><나> 속 나무할아버지들의 공통된 꿈을 짧게 쓰고, 글<다> '더워지는 지구'를 참고해 나무할아버지와 같은 꿈을 꾸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면 좋은지, 나쁜지에 대해 논술하시오. (600자±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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