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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리스가 밝힌 파병 윤곽] 최소 3천명…치안유지 핵심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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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리처드 롤리스 미 국방부 부차관보가 17일 방미 중인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에게 추가 파병 요청 계획을 언급한 데는 우리 정부에 긍정적 대응을 주문하는 메시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롤리스 부차관보는 지난 3일 방한 때 반기문 청와대 외교보좌관에게 추가 파병을 공식 요청한 인사다. 그의 요청 이후 우리 정부 입장은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데서 한 발짝도 나가지 않고 있다.

그가 崔대표에게 파병 문제를 꺼낸 것은 거대 야당의 협조가 불가피하다는 점도 저울질했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 국내 정치까지 읽어가면서 움직이고 있다는 얘기다.

그의 이날 언급은 미국이 바라는 파병 규모, 파병 부대의 지휘구조.성격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 15일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미국의 파병 요청을 설명했을 때보다 내용이 더 구체적이다.

첫째는 파병 규모에 대해 여단(3천~5천명)과 사단(1만2천여명)의 중간 정도가 좋겠다고 한 점이다. 다시 말해 미국의 희망 파병 규모는 적어도 3천명을 넘는다고 볼 수 있다. 이 규모는 현재 이라크에 파병한 국가 가운데 미국(12만7천명), 영국(1만여명)에 이어 셋째 수준이다.

이탈리아군은 3천명, 폴란드군은 2천4백~3천명으로 알려져 있다. 나머지 파병국의 병력수는 많아야 1천여명이다. 미국의 대규모 파병 요청은 추가 파병 요청 10여개국 가운데 우리 군의 지상군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과 전투.작전 능력을 고려했을 가능성이 있다.

둘째는 한국이 다국적군의 중심 역할을 맡아 달라고 한 점이다. 파병 부대가 단독으로 작전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의 소규모 파병 병력까지 지휘를 맡는 구조를 바란다는 뜻을 명확히 한 셈이다.

이는 롤리스 부차관보가 우리 정부에 파병을 공식 요청할 때 언급한 '폴란드형 사단' 의 폴란드군 역할이 모델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폴란드형 사단은 사단사령부와 독립 여단 1개를 투입한 폴란드가 18개국의 2개 여단을 함께 지휘하는 다국적군이다.

그런 만큼 미국은 영국 주도의 다국적군(이탈리아 포함), 폴란드 주도의 다국적군에 이어 한국이 제3의 다국적군을 지휘해 이라크 치안 유지의 중핵(中核)을 맡아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풀이된다.

롤리스가 "한국군이 외국 군대를 지휘하는 경험과 책임을 하게 될 것"이라면서 우리의 경제력까지 언급한 것은 한.미 동맹 차원을 넘는 적극적 국제 공헌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우리 정부가 파병을 결정할 경우 새 시험대이자 기회가 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미국 정부 측이 다음달 24, 25일 서울에서 열리는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 때까지 파병 문제가 마무리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는 한나라당 측 설명도 주목거리다.

미국은 이달 초 파병 요청 때 구체적 시기까지는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측의 이런 입장은 조기 파병을 우회적으로 요청한 것으로 해석된다.

오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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