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쓸 돈 없고 빚·실업은 최고 … 휘청이는 40대, 日 닮아간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국 경제의 ‘허리’격인 40대가 경제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20년 전 외환위기에 따른 청년 실업난 ‘1세대’였던 이들이 지금은 소득 정체, 실업, 가계 빚 증가 등을 겪으며 다시 한국 경제의 희생양으로 전락하는 모양새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40대 가구주(2인 이상)의 ‘처분가능소득’은 393만4000원으로 2015년(392만4000원)에 비해 0.27% 늘어나는 데 그쳤다. 세금ㆍ공적연금ㆍ사회보험 등 불가피한 지출을 빼고 가계가 소비에 쓸 수 있는 실질적인 소득이 4년간 ‘제자리걸음’이었다는 얘기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는 소득이 가장 많은 50대(8.9%)는 물론, 전체 평균(3%)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전반적인 경기 침체로 들어오는 돈은 많지 않은데, 고정적으로 떼가는 돈은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고용은 더 심각하다. 7월 40대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14만7000명 줄었다. 전 연령대 중 가장 큰 감소 폭으로, 1998년 8월(15만2000명) 이후 최대다. 33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며 역대 최장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고용률과 실업자 수 역시 40대가 최악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청년층(15~29세)이나 30대도 취업자 수가 줄었으나 인구 감소 폭보다는 작았다. 그러나 40대는 유독 인구 감소보다 취업자 수 감소 폭이 컸다. 통계청 관계자는 “40대가 첫 직장을 갖는 시기에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임시일용직이 많았다”며 “다른 연령층보다 구조조정 등의 영향을 많이 받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일자리 불안감이 커지는 와중에 빚은 불어났다. ‘2017년 가계금융ㆍ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40대 가구의 평균 부채는 8533만원으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많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133.1%)도 40대가 가장 높다. 홍성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은 “내 집 마련, 자녀 교육 등으로 나가는 돈이 상대적으로 많다 보니 부채 의존도가 높은 편”이라며 “경기 침체 시 가장 먼저 충격을 받을 위험이 크다”라고 설명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대부분이 70년대 생인 40대는 고달픈 세대다. 대입 때 입시제도ㆍ교과서 등이 바뀐 것은 서막이다. 사회생활 초입부터 외환위기로 상황이 꼬였다. 결혼 때는 부동산 가격이 급등해 내 집 마련은 고사하고 전세금 마련에 허덕였다. 아이들이 학령기에 접어들면서 교육비ㆍ양육비를 감당하느라 허리가 휜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모 부양과 자녀 양육의 이중고를 겪고 있는 ‘낀 세대’”라며 “가장 왕성하게 경제활동을 하는 이들의 경제여건이 악화한 것은 한국 경제의 리스크가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그는 이어 “무엇보다 40대의 고용이 나빠지고 있다는 점은 안 좋은 신호”라고 덧붙였다.

이런 40대의 위기는 일본도 비슷하다. 일본에서는 부동산 버블 붕괴 때인 1990년대~2000년대 초반 대학 졸업 후 제대로 된 직업을 갖지 못한 세대를 ‘취업 빙하기’ 세대로 부른다. ‘취업→결혼ㆍ출산→내 집 마련→경력 개발→정년 은퇴’라는 일본 특유의 고용 시스템이 흔들린 첫 세대이기도 하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일본 정부는 경제뿐 아니라 인구 분포, 사회 구조적인 요인이 복잡하게 얽힌 문제로 접근한다”라며 “인구가 감소하는 20대와 베이비붐 세대인 50대와는 다른 점을 고려해 대책을 짤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하지만 한국의 40대는 정책적인 도움을 받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성일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각종 일자리 예산은 청년ㆍ노년층에 집중됐고, 창업 지원금도 ‘39세 이하’라는 딱지가 붙은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40대의 재취업ㆍ창업 교육과 생계 지원 등이 함께 이뤄지는 고용창출형 사회안전망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